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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아가 Oct 29. 2022

2022.8.25  -나의 세인트 버나드 강아지


"아우 피곤해~"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쑤시기 시작한다.

근래에 살은 더더욱 몸에 붙기 시작해서 몸은 내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머리까지 아파온다.,,,,


오늘도 나는 

적막한 집에, 그것도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는 

집의 거실같은 한 가운데의 방 안에서, 세인트 버나드 강아지와 함께 있다....

강아지의 이름은 루루....

이 집에는 나와 루루 밖에는 없는 것이다.....


나는 방 안의 한 켠에 있는 책상 위에서, 내가 칼질을 할 나의 풍성한 재료가 되어줄, 

무언가의 영감이 떠오르지나 않을까 하고 이것저것 읽다가,

그만 포기해버리고 지금은 글을 쓰는 중이다.


나는 쓰고 있다...글을.......글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야심차고 획기적인 글은 쓰여지지 않는다.

쓰여지는 것이라곤........

매번 반복되고 상투적인 그저 그런 글들 뿐이다......

마치 나의 반복되는 일상을, 대신 말해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렇고 그런 일상적인 텍스트는 

더 이상 내게 환희와 환기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루루는 나의 눈치를 보며 두 걸음은 될법한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엎드려 있다.....

나는 루루를 말없이 쳐다본다....

나는 쓰던 펜을 아주 얌전히 지긋이 내려놓고 루루를 향해 "멍멍멍!" 하고 짖는다.

루루도 "멍멍멍!" 짖는다.

이제부터 이름모를 "사각사각~퉁퇑퉁퇑~"거리는 소리 또한 함께 시작된다.


나는 멍멍멍! 루루도 멍멍멍! 우리는 병리적으로 반복적으로 멍멍멍! 하고 그렇게 짖는다.

멍멍멍! 멍멍멍! ~ 멍멍멍! 멍멍멍! ~

멍멍멍! 멍멍멍! ~ 멍멍멍! 멍멍멍! ~


어느새 저녁이 됐다.

나는 라면을 꿇이고 루루의 밥그릇에는 나름 신경쓴 사료를 넣어주었다.

나는 라면을 먹고 루루는 사료를 먹는다.

나는 라면을 다 먹었고 루루는 맘마를 다 먹었다.


씽크대에는 나의 라면 끓이기 전용냄비와 루루의 밥그릇이 쳐박혀 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나는 멍멍멍! 루루도 멍멍멍! 

우리는 계속해서 멍멍멍~~!을 주고 받는다.


아직 우리 둘은 지치지도 않았다. 

우리의 울음소리에 민원이나 항의가 올 곳조차도 없다.

내가 있는 이 집은, 

바다 한 가운데에......

산 속 한 가운데처럼........

그 누구도 찾아올리가 없는, 

적막하고도 고요하기 그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있는 이곳은 시시껄렁한 결벽증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깨끗하고 적막하다....

나와 루루의 울음소리만 없다면..............


그래서인지 루루와 나는 이 적막함을 관통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울어대는 것이다....

단지 적막함을 관통시키고 깨드리고 부숴버리기 위해...........


나도 멍멍멍! 루루도 멍멍멍!

우리의 멍멍멍! 멍멍멍!~ 오케스트라 연주는 그칠 줄을 모른다......


멍멍멍! 멍멍멍!~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웃으며 멍멍멍! 멍멍멍!~하고 노래한다.

나는 루루를 바라보며,

루루는 나를 바라보며 말이다.

서로 웃으면서 멍멍멍!~하고 짖어버리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루루가 많이 심심했나 보다.

나 또한 많이 심심했었나 보다.

그렇다...우리 둘다 심심했었던 것이었다.....


어느새 내가 글을 쓰기 좋은 새벽 3시가 되었다.

밤 하늘은 우리 집을 어둡게 감춰두고 있는데,

달님은 이제서야 우리 집을 환하게 비춰주고 계신다......


영감이 아스란히 슬슬 떠오르는 것만 같다.

나는 이제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멍멍멍~"하며 하루를 마친 루루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본다.

이젠 내 가슴 속으로만 '멍멍멍~'하며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루루는 하루를 마감했고, 나는 하루를 시작하고야 마는 것이다......

불규칙한 시계태엽 마냥-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루루와 나는 하루를 달리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어느새 글쓰기를 마치고 잠을 자려한다.

무심결에 루루를 바라본다.

루루는 바닥에 비스듬한 자세로 내게 배를 슬며시 보이며 잠을 자고 있다.....


'나는 이제 '멍멍멍~'하고 노래하기를 멈추었고,

루루는 이제부터 '멍멍멍~'하고 노래하기 시작하겠지?'


나는 슬슬 잠이 든다. 아니, 잠에 취해버린다.

루루는 이제 잠에서 깨어난다.


루루는 이제 한참동안 나를 기다릴 것이다........

자신의 장난감과, 시체처럼 누워있는 나를,

두리번 두리번 번갈아가면서 말이다.........


내가 루루에게 줄 수 있는, 내가 지금 꾸는 유일한 "구원의 꿈"은

루루가 여기저기 맘껏 뛰어놀며 돌아다니는 그런 것일 것이다.....

그 아무리 훌륭한 강아지와 못난 주인일지라도..........................




[작품해설]

주인공과 강아지가 함께, 언어소통 내지는 의사소통을 하면서, 반복되는 하루라는 시간을 함께 매일 보낸다.

무료한 시간이라는 것을 울음소리를 통해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실존을 확인한다.

상호 실존의 확인과 동시에, 둘은 더 없는 무료함과 허무주의 속의 벗이다.

주인공은 허무주의와 무료함이라는 감옥에 가둬놓은 

자신의 강아지에게 죄책감과 마음의 빚을 갖으며, 미래의 꿈을 꾸며 산다.

미래의 꿈은 바로, 주인공과 강아지가 맘껏 뛰어노는 그러한 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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