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그 사람이 보인다

- 말에도 품격이 있다 -

by 늘푸른 노병


'말에서 그 사람이 보인다.'


이 문장이 와 닿아.
서너 달은 책상머리에 붙여 두고
지낸 것 같다.


문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참 무서운 표현 같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지.


나 역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무심코 뱉어낸 말속에
그 사람의 인품과 성격,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
사고방식까지
고스란히 묻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책상에 붙여 둔 뒤로
나는 남의 말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가끔은
오싹할 만큼 날 선 말이
일상 속에서 들려왔다.


하루는
글로벌 회사와
줌(Zoom) 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옆자리에서 몇 사람이
회사 소개 자료를
PPT로 준비하고 있었다.


연도별 매출액과 이익률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수정이 필요한 상황처럼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야, 그거 어차피 임원들 안 봐.
대충 지난번 쓰던 거 써버려.”


자기들끼리라서,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말일수록
더 오래 남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멈칫했다.


‘아~~ 이 사람은
언젠가 나에게도
저렇게 말하겠구나.’


말은
단지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 속에
그 사람의 전부가
투영되어 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모습까지
말은 솔직하게 드러낸다.


지금
저 사람이 누군가를
그렇게 대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말이 있다.


말로 망한 사람은
말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다.


말에 드러난

내면의 허술함과
타인에 대한 존중의 부재
그를 무너뜨린 것이다.


몇 달 뒤,
다른 회의 자리에서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그날의 말을 떠올렸다.


그제야 분명해졌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사람을 남기고
관계를 이어주는 것도
결국 말이다.


내가 오늘 내뱉은 언어가
내일
내가 살아갈 삶의 품격을 만든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건넸는가.


그 말속에는
어떤 내가 담겨 있었는가.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나는 여전히
품격 있는 말을 하고 있는가.


나는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잘 보이려고 하는 말보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무심코 내뱉는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


책이 도끼라지만,
말은 더 날카로운 도끼다.


어쩌면
흉기일지도 모른다.


진짜로
곰곰이 새겨 볼 문장이다.




#말의 힘 #언어의 품격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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