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잃어버리다
11:00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자 늦게 기상했다. 바로 청년지원센터로 갔다.
11:30 잠을 설친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날은 전자책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 한 SF작가의 에세이부터, <털 없는 원숭이>, 엄마에 대한 에세이까지 한 4권은 읽었다.
다음 날 면접이 있어 그것도 간단하게 준비했다.
18:00 저녁 겸 점심을 먹었다. 기분전환이 필요해서 편의점 소라과자를 먹었다. 요즘은 조그만 과자 한 봉지에도 1500원씩 한다. 예전 편의점 과자는 1000원이었던 거 같은데.
21:00 청년지원센터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 나왔다. 그런데 지갑이 없었다.
아까 과자 먹을 때, 건물 뒤편의 공원에 앉아서 느긋하게 쉬었는데 그때 잃어버렸다.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고, 과자 사 먹을 때까지는 지갑을 봤기 때문이다.
근처 빌딩 경비원 분들에게 지갑 분실 있는지 여쭤봤으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안에 현금이랑, 교통카드, 신분증 다 있는데 아찔했다. 당장 내일 면접도 있는데 어떻게 하지.
21:20 고시원 옥상에서 담배를 한 3개 연달아 피웠다. 욕이 절로 나온다는 게 뭔지 알 거 같았다. 막막함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21:30 애인에게 주말에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말하고, 괜찮으면 내일 남는 카드 좀 빌려달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답은 있었다.
밥이야 페이코나 네이버 페이 되는 곳에서 해결하면 된다. 서브웨이가 떠올랐다. 파리바게트도 네이버 페이가 될 거다. 교통은 따릉이로 해결하면 된다. 1시간 걷는 거리도 자전거 타면 20분이면 된다. 그 이상의 거리는 차라리 애인의 학교가 있는 곳까지 가서 애인이나 친구에게 교통카드나 현금을 빌리면 된다. 씻는 건 헬스장에서 해결하면 된다.
22:00 생각을 마치고 헬스장에 갔다. 물론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선지 평소 했던 양만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해야 했다. 남자는 이런 일에 굴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결제내역이 발생하면 문자로 오는데 그게 없는 걸로 봐서는 누가 아예 멀리 버리거나, 아니면 잘 보관해둔 걸로 예상할 수 있었다.
02:00 스트레스가 많아선지 잠이 안 왔다. 잠들 무렵 면접이 떠올라서 조금씩 생각하면서 잤다.
09:00 간단하게 운동하고 씻었다.
09:10 지갑을 찾았다는 문자가 왔다. 잃어버린 곳 근처 빌딩의 데스크에서 보관하고 있단다. 미리 그 빌딩의 데스크에 전화해 오후에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9:30 자전거를 타고 면접장소로 갔다. 걸어서는 40분 거린데, 자전거 타니 20분 정도 걸렸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5분 거리인데, 고시원에서 따릉이를 타고 가는 내 모습이 참 우스웠다. 그래도 이것도 추억일 거다.
10:30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괜찮게 본 면접이 떨어지거나, 안 좋게 봤다고 생각한 면접이 붙은 경우도 많아 과민 반응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냥 적당히 본 거 같다.
11:00 따릉이를 타고 청년지원센터로 돌아갔다. 이름을 말하고 연락처를 남긴 후에 지갑을 찾았다. 안에 내용물도 그대로였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어제 걱정했던 시간이 거짓말 같았다. 더 거짓말 같은 건 이틀 전에 옷 받았다고 신나한 내 모습이다. 매일매일이 이벤트다. 운동하고 공부만 하는 일상이 무료할 거라 생각했지만 기록으로 남기니 또 새롭다.
게다가 이 지갑은 친구가 2년 전에 선물로 준 거라서 나름 의미도 있다. 지갑을 찾았다고, 네 생각이 났다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12:00 이 날은 좋은 날이니 거하게 써브웨이 30cm라도 먹을까 하다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메뉴는 늘 비슷하다.
12:30 면접에 가느라 노트북을 챙기지는 않아서 이 날은 청년지원센터의 책과, 전자책을 읽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 이 책은 레전드다. 예전에 읽어봤던 거 같은데, 다시 읽으니 또 새롭다. 10년 전 책인데 지혜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통한다.
16:00 노트북으로 글이라도 쓰고 싶은데, 가져오기가 귀찮았다. 아마 가져온데도 피곤해서 제대로 쓰지 못할 거다. 오랜만에 성수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출발했다. 그 내용은 아래 링크로 대체한다.
21:00 피곤하다. 고시원에서 잠깐 누워있다가, 그래도 두 번째 운동을 해야 할 거 같아 알람을 맞추고 누웠다.
22:00 씻는 시간을 생각해 40분만 운동했다. 이 시간에 오면 나 혼자 있거나, 한 두 명 더 있는 정도라 편하게 운동할 수 있어 좋다. 기구도 이것저것 왕복해 사용할 수 있다. 가슴 상부하고 하단하고 등하고 하체 했다가 어깨하고 팔 하고 허리 운동하는 걸 한 세트로 묶어 몇 세트나 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은 헬스장에선 못한다.
23:00 알고 있지만 지금 떠오른 건데 야밤의 운동은 수면에는 좋지 않다. 아드레날린이 너무 나와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2주 만에 체지방이 1% 감소한 걸 보면 또 안 할 수도 없다. 아무튼. 이 날도 새벽까지 깨있었다. 글을 쓰고, 무해한 게임방송을 봤다.
02:00 이 날은 모기가 많았다. 다행히 방에는 한 마리밖에 없었지만, 중간중간에 다니면서 다섯 마리나 잡았다. 이제는 긴팔에 긴바지 입고 잘 날씨인데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