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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Sep 29. 2023

연애프로그램도 보는 의미가 있다

보는 사람 마음이니까

요즘 많은 연애프로그램에 대해 회의적이다. 연애프로그램은 철저한 쇼비즈니스며, 이미지 메이킹, 혹은 사업 홍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들 대부분이 자신만의 오프라인 사업체 혹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고, 서로를 선택한 두 사람이 프로그램밖에서 만남을 이어가는 확률이 절반도 안 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런 거 같았고. 


자신의 외모나 성격을 자랑해 그걸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다라고 봤다. 반대로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런 리얼리티류 프로그램이 서양에서도 30~40년전부터 먹히는 프로그램이었고 연애 프로그램이 잘 먹히는 걸 이미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에 만들만 하다.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게, 2500만 남자 2500만 여자중 4명을 고르고, 또 그 안에서 짝을 고르라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들이 거기서 짝을 고르는 건 그들이 괜찮아서가 아니라, 그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 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평소같으면 서로가 있는지도 몰랐던 사이일텐데 말이다. 아무튼.


하루는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제일 유명한 프로그램 하나를 보고 있었다. 웬일로 이런 걸 보냐고 묻자, 어머니는 요즘 유행이라 최근 보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평소에 어떤 포맷인지는 알고 있어서 중간중간 보면서 쟤는 어떻데, 쟤는 저러네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이런 프로그램도 보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적었던 올림픽, 아시안 게임 같은 게 있어서 가족간에 무난한 대화의 소재가 생겼던 것처럼, 이런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먹고 살만하게 살기 위해서. 만나면 직업 친구 애인 집 등의 이야기만 묻다가,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이 프로그램이 돕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2시간 가까이 같이 앉아서 TV를 봤는데 부담없이 시간을 보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에는 다음주에 어떻게 될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무사히 헤어졌다. 기분좋은 허무함이었다. 


생각해보면 이게 맞았다. 어떤 것이든 해석하기 나름이지 않은가. 정신과 의사는 이걸 정신과적으로 해석하고, 연애 강사는 이걸 연애적으로 해석하고, 패션 유튜버는 이걸 패션으로 해석한다. 연애 프로그램을 생산성 없는 일반인들의 놀이터라고 보기보다는, 가족간의 대화의 매개체라고 해석하면, 나름대로 괜찮은 결론이 나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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