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도 별이 핀다>- 수정
해피, 뽀삐, 네로, 또 해피, 다롱이, 돌돌이,
캐롤, 실버, 미리, 뿌꾸, 미르, 추월이, 미니,
찰리브라운, 뚱이, 레골라스, 심바, 복순이,
콩알이, 그리고 고양이 반디와 가호, 복호.......
나의 머리와 가슴에 새겨진 나의 개와 고양이들의
이름입니다.
당신에게도 아마 그런 이름들이 있겠지요.
이것은 새끼 별이었거나 아픈 별이었거나
한창이었거나 스러지던 별로 다가와, 추억의 빛으로
가슴에 물든 반려동물들의 이야기.
아니, 사람과 동물이 기대고 살아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나오는 동물과 사람은 모두
실존했거나 실존하는 존재........ 실화입니다.
글 강 소영
그림 박 공우
<프롤로그>
가끔, 아니 자주, 땅에서 피는 별들을 본다.
꽃이 그렇고, 아기의 웃음소리가 그렇고
길에서 만나는 작은 생명들이 그렇다.
연약한 빛이어서
행여 꺼질세라 걱정이 차오르면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나지.
잘 버텨야 해. 활짝 피어야 해.
하지만 모든 기도가 가 닿지는 못해서.
불현듯
아픈 별과 마주치게 된다.
"괜찮을까요?"
"아직은 너무 어려서요.
잘 돌봐주시면 아마도....."
"새끼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예방접종은 건강해지면 하시고요,
몇 가지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집에 별을 들인다는 일.
그것도 아주 조그맣고 아픈 별을
돌본다는 일은,
서툴러 당황스럽고
낯설어 두렵기도 하지만,
조금씩 서로에게 말을 걸고,
조금씩 같은 빛으로 물들어가며,
별의 쉼터가 되는 일.
하지만..........
이별 또한 만남이 그랬듯,
느닷없이 닥쳐오기도 한다.
살려 주세요.......
고양이 전염병이라 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우린 최선을 다한 거라고
수의사가 말했지만,
나는,
내 탓인 것만 같아서
다시는
별 따위는 보지 않기로,
세상엔 꺼뜨리지 않을 수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빛들이 있으니까
다시는,
그깟 땅에서 피는 별 따위,
상관하지 않기로.
다시는
......... 내가 뭘 한 거지.
한 번 더
한 번만 더.........
*검은 고양이 반디는 길에서 술 취한 청년들이 데리고
놀고 있던 길냥이였다. 도로로 집어던지려는 것을 나의 고양이라고
우겨, 집으로 데려왔다. 1년쯤 함께 지내다, 베란다 방충망을
찢고 가출해 버렸다. 동네를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가호는 어미에게 버림을 받았는지, 길에서 홀로 떨고 있던
새끼 고양이였다. 집으로 데려와 두 달여를 지냈고, 범백이라는 고양이
전염병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서둘러 고양이 별로 돌아갔다.
*복호는 가호를 꼭 닮은 생후 5개월 정도의 길냥이였다. 지인이
길에서 구조해 데려왔고, 지금까지 세 마리의 개들 속에서 자신을
개라고 여기며 함께 살고 있다.
뿌꾸 이야기
(1996년 ~ 2011년)
1편. 인연
깨갱, 깨갱, 깨갱........
어제부터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 소리.
"너희, 거기서 뭐해.....?"
눈도 제대로 못 뜬 새끼 강아지였다.
아직 어미의 젖을 먹고 있어야 할
꼬물이.
아이들도 어리고 강아지도 어려서,
벌어지고 있던 일.
안으려다 떨어뜨리고,
잘못 잡아 들어 올리고,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
깨갱, 깨갱, 깨갱......
다행히, 아는 집의 아이들이었다.
"동네 할머니한테 얻었어요.
밥 먹여도 된다던데?....... 아유 괜찮아요,
똥갠데 뭐. 애들한테 살살 만지라고 할게요."
밤새도록
깨갱, 깨갱, 깨갱, 깨갱, 깨갱, 깨갱........
그렇게 어린 강아지를,
그렇게 돌보면 안 돼요.
다음날, 참견의 말을 작정하고 찾아간
그 집이 비어 있었다.
아니, 힘없이 색색 숨을 쉬고 있는
새끼 강아지만 있었다.
일단 데려왔다.
그리고 과자와 사탕을 사서
다시 그 집엘 갔다.
강아지가 이빨이 나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대신 돌봐주겠다고, 안 그러면 잘못될 수도 있다고,
아무 때나 보고 싶을 때 강아지를 보러 오라고.
정말 아무 때나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은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뿌꾸야~ 뿌꾸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속, 개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관심도 덜해지는 법.
시간은 새끼 강아지 뿌꾸를 눈 뜨게 하고,
뽈뽈뽈 걸어 다니게 했으며,
마침내 작은 이빨로 혼자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해 가을,
잊어버린 듯 발길을 끊었던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가 갑자기 뿌꾸를 찾으러 왔을 때.
뿌꾸는,
부쩍 자라, 진짜 주인을 몰라보고
앙칼지게 이빨을 드러내며 짖었다.
"어머, 어머, 강아지가 왜 이렇게
사나워? 애들을 물게 생겼네!"
"뿌꾸, 나빠~~!!!"
나빠서가 아니라 낯설어서.
뿌꾸는 보기 드물게 영리한 '똥개'였고,
그걸 알지 못했던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에게
보란 듯, 주인과 도둑의 자리를 바꿔 놓았다.
언젠가는 보내야겠지, 전전긍긍하던
도둑도 몰랐던, 반전이었다.
*별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