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인연

by 강소영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모른다.

인연이 좋기만 한 건 아니어서 평생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악연도 있고, 여생 동안 고마울

선연도 있다는 것, 그저 그 둘을 온전히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는 사실 어딘가에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 뿐.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들은 모두 부모님이 데려왔다. 해피, 뽀삐, 네로, 다롱이....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자기네 개가 낳은 새끼라며 주었던 또 다른 해피 말고 내가 처음 개를 선택해

집으로 데려온 건 돌돌이라는 몰티즈였다. 스무 살 넘어 첫 직장에서 월급을 타 남대문시장에 옷을

사러 갔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몰티즈 강아지 몇 마리를 팔고 있었고, 그중 가장 작고 아파 보이던

강아지가 돌돌이였다. 엉덩이에 묽은 변을 묻힌 채 앉아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희고 뭉툭한 꼬리를

어찌나 빠르게 흔들어대던지, 그걸 보고 가져갔던 옷값을 털어 사 가지고 왔다. 아마도 번식장에서

태어났을 돌돌이는 설사병과 벼룩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차츰 건강해져서 슈퍼 울트라급 몰티즈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돌돌이 뒤로는 지인들에게 얻기도 하고 때로는 길에서 떠도는 개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지인의 집에서 강아지가 한두 마리, 한두 번 태어난 것이 아니고, 길을 잃거나 버려진 개들과 마주친 적도

많았으니, 그 가운데 함께 살게 된 인연은 무엇이었을까.

사람의 경우는 복잡한 관계 속에 이루어지므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반려동물과 인연은 대부분 나의 선택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은 보통 내가 아니면 생명이 위태롭거나 삶이 곤란해질 위험에 처해 있는가,

였다. 돌돌이처럼 번식장에서 태어나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강아지들, 보신탕을 먹는 집의 개가

낳았거나 생김새 때문에 다른 사람이 선뜻 데려가지 않을 새끼들, 거리의 생활이 오래돼 사람을 피하는 게

아니라, 금방 집을 나온 듯 사람 주변을 서성이며 도로의 차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천둥벌거숭이들......

거리에서 주운(?) 찰리 브라운이 그랬는데, 아침에 집 앞 골목이 시끄러워 나가 보니 등교하는 학생들과

오가는 차들 사이로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미 다 자란 사냥개 종이어서 덩치도 컸지만

흥분해 날뛰는 통에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하는 걸 보고 집에서 물그릇을 들고나갔다. 다가가 주니 허겁지겁

물을 먹고는 슬그머니 내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눈치를 보는 녀석. 목줄이 있고 털도 깨끗해 어쩌다 집에서

풀려 나왔구나 싶어 온 동네 동물병원을 돌아다니며 주인을 찾아주려 했으나 실패, 거리로 도로 내보낼 수도

없어, 찰리 브라운은 그렇게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돌돌이 말고는 돈을 주고 반려동물을 산 경우가 없었는데, 단 한 번의 예외가 바로 심바였다.


IMG_0295.JPG 심바(2003년 가을 ~ 2019년 4월 11일)

심바는 직장 근처의 애견샵을 지나다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팔기 위해 유리 진열장에 전시한 강아지들 중 한 마리였는데, 형제인 듯한 새끼 골든 레트리버 옆에서 한없이 슬픈 눈을 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심바도 돌돌이처럼 설사 증세가 있어서 변을 묻히고 있었고, 나는 100여 미터를 그냥 무시하고 걸어갔다가 그 눈빛이 영 맘에

걸려 애견샵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선심을 쓰듯 시세의 반값에 주겠다는 애견샵 주인에게서 데려온 심바는

다음날 치사율 높은 파보장염 판정을 받고 동물병원에 입원했다. 수혈까지 받고 다행히 완치되어 쑥쑥

자라긴 했지만 그 후에도 원인 모를 발작 증세와 부상, 병 등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았다. 골든 레트리버라는 종의 이름값을 하느라고 그리 많은 병원비가 든단 말인가, 지인이 금개가 맞다며 농담 삼아 말할 정도였다.



IMG_0284.JPG 복순이 (2013년 1월 ~ )


복순이는 SNS에서 동물보호단체가 낸 입양 공고를 보고 데려왔다. 공장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보신탕집에 팔려갈지도 모른다고 보호단체에 도움을 부탁했고, 마침 올라온 입양 공고가 내 눈에 띄어 보호하고 있다는 공장의 사무실로 데리러 갔다. 밤이면 모두 퇴근해버리는 공장에서 어미가 낳은 새끼 두 마리 중 하나였던 복순이.

남매지간인 복돌이는 다른 사람이 입양하기로 해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양 각서를 쓰고 복순이를 데려왔는데, 공장의 소음과 무심한 발길에 치여 몹시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7살인 복순이는 처음처럼 사람만 보면 무서워 똥을 싸지도 않고, 우렁차게 짖으며 집을 지키는 개가 되어 있다.


저 정도면 팔자다, 집에 돈이 많은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보험이 되지 않는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곤란한 때가 많았다. 솔직히 여유가 없을 땐 위험에 처한 반려동물이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는 유기견 보호소 같은 곳을 돕거나 봉사 활동을 하고 집에 더 이상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함께 사는 언니와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연이라는 게 어디서 또 불쑥 얼굴을

디밀지 모르겠다. 다만 위험에 처하는 반려동물들이 이 땅에서 줄어들기를, 그 인연이 자신의 선택으로 맺어진

경우라면 책임을 무겁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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