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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ul 07. 2021

쪽박귀신을 아시나요?

 




"쪽박구우~!"

라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쪽박 귀신'이 있다.

걸귀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평생을 배고픔에 시달리며 빌어먹다 죽은 사람.


우리는 가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고 하는 이를 '걸귀(걸신)가 씌었냐.'라고도 한다.


쪽박 귀신도 마찬가지다.

시집간 며느리는 시어머니 시집살이에 온갖 일을 다하면서 밥은 못 얻어먹다 굶어 죽고, 한이 되어 죽어서도 '쪽박구우~'라며 불쌍한 소리를 내는 귀신.


요즘이야 밥도 안주는 시집살이야 어디 있을까마는,

어머니의 어머니 시대에 맞는 얘기겠지만, 먹는 것에 얼마나 한이 되면 죽어 귀신이 되어 '쪽박구우!'라고 소리를 낼까.

시어머니도 한 시집살이 하셨다는 얘기.

갓 시집을 갔더니 남편이 결혼식 다음날 군대를 가서 홀로 시댁에서 서럽게 지내는데, 남편이 제대를 하고 집에 오니 얼마나 기쁘겠나. 결혼 다음날 군대를 갔으니 얼굴만 봐도 얼마나 좋았을까...

아버님이 시어머니 집안일하시는 모습을 이리저리 보면 그 모습이 꼴보기 싫다고 시할머니는 시어머니를 더 구박하셨단다.

얼마나 그때 한이 되셨는지,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얘기를 하셨다.


한이라는게

가슴에 뭉쳐있는게 풀어지지 않으면 한으로 남는 것이고,

뭉쳐있는 응어리가 풀어지면 한은 없어진다.

쪽박 귀신은 먹는 것에 대한 응어리가 한이 되어 죽어서도 귀신이 됐다.

오죽하면 우리 속담에 '먹다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라는 말이 있듯이 힘들게 살던 시대의 한(恨) 중에 굻은 한이 제일 많은거 같다.

가수 진성씨의 '보릿고개'의 가사를 보면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 곁에 지워져 갈때

어머니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배고픔을 물로 채우던 시절 고생많던 어머님을 그리며 쓴 가사지만, 들을수록 가슴 아프다.

풍족치 않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풍족의 시절을 살고 있다.

'밥 한톨이라도 떨어지게 먹지 마라.'

'쌀 귀한줄 알아야지.'

'음식 버리면 안된다.'

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 왜 그런 말이 입에 배여 하시는지 지나온 과거를 보면 알수 있다.

물로 배를 채워 배고픔을 이겨내고자 했던 어른들의 말씀에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지금 세대가 어찌 알까...



먹는 것에 한이 되어 원귀가 된 '쪽박 귀신'

왠지 측은하기도 하다.

해가 뉘엿 뉘엿 저물어 갈때 서쪽에서 '쪽박구우~~ 쪽박구우~~'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느 한 맺힌 며느리가 배가 고파 슬피 우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괴롭히는 원귀가 됐을까...'라는 생각에 잠깐이나마 측은지심을 가지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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