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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Aug 15. 2020

월하노인의 '빨간 실'




결혼 3년이면 신혼의 달콤한 떨림은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것도 길다' 요즘은 3개월이라는 사람도 있다.


인연이 만나 반백년을 같이 살아가야 하는데, 고작 3년에 3개월이라니... 너무 야박하다.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르고  

감정의 지수는 각지 각색, 

생각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 둘이 만나 지지고 볶고 살다 보면 “왠수”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일방적으로 자식을 위해 헌신했던 부모님의 그늘막을 나와서, 반려자와 함께 새 그늘막을 만드는데

어찌 힘이 들지 않고, 싸우지 않겠나.

각자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고, 행동이 있는 거지 …

전투라고 표현해도 맞을 것이다.

머리싸움에, 몸싸움, 기싸움까지 해야 한다면 거의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왠수”가 되는 것이다.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고, 뜨거운 태양을 피하며 다져지고 다져진 그늘막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단단해질 것이고,

찢겨 비가 새고 너덜너덜 해졌다고 다른 그늘막으로 피한다면 내 그늘막은 종이짝처럼 얇아 제 기능을 못할 것이다. 작은 상처에도 무너질 만큼... 


그만큼 어떤 환경에도 이겨내는 단단한 그늘막을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수양을 하는 선인들을 보면 몸에서 사리가 나온다는데, 부부 사이에 참으면 하는 소리가 있다.


“그러다 몸에서 사리가 나오겠다.”


그만큼 결혼은 많은 인내와 수양을 요한다.

지식백과에 “수양”이라 치면

“도를 닦고 덕을 기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심신을 단련하여 지혜와 덕행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쓰여있다.


아니 왜? 사로 사랑해서 살고 있는데 도를 닦고 덕을 기르며 단련을 해야 하는가?

열정적으로 사랑해 결혼했는데,

왜 왠수가 되나?


배려의 부족에서 나오는 행동에 상대가 상처를 입고... 

그 상처가 아물기 전 다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는 곪아 살을 파 먹기까지 하고 있으니, 

치유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저 더 곪지 않기를 바랄 뿐…


결혼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제일 중요한 것이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부는

익숙함에 배려를 잊고 사는 것이다.



익숙함…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 내 말과 행동에 상처를 입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느 누가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고 싶어 할까...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함으로 이런저런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익숙해지지 말지…



그럼 차라리 결혼하지 말지…



월하노인은 빨간 실로 남녀 간에 인연을 맺어 준다는 전설이 있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를 인연을 기다리며 우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tv를 보다가 멋진 주인공이 나오면 내 인연은 저런 멋진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낭만적인 사랑을 그리며  기분 좋은  상상도 하게 된다.

최고의 반려자를 만나기 위한 소망..


전생의 원수가 만나 부부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럼 월하노인은 부부의 인연에 전생의 원수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빨간 실로 묶는 것일까?


월하노인은 

달밤 아래서 서책을 보던 노인이 궁금해 젊은 남자가 물어보니.

짝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는 말에 그럼 자신의 짝을 알려달라 한다.

노인이 보여준 자신의 짝은 볼품없는 여자아이, 저 여자 아이가 내 짝이라고?

저 아이가 없으면 자신의 짝이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아이를 죽이려 하지만 이마에 칼자국만을 남긴 채 그 아이는 커간다. 

남자는 어찌된 일인지 그 여자아이 이후로 인연이 없어 결혼을 못하다가 전쟁 영웅으로 아름 다운 여인을 소개받는데... 그 여인은 바로 너무 어리다는 핑계로 죽이려 했던 여자 아이다. 

이마의 흉터로 결혼을 못하던 여인과 남자는, 

월하노인의 예언대로 결혼을 한다.


그럼…

돌고 돌아도 결국은 너란 말인가?

월하노인의 전설은

우연을 가장한 인연인지.. 

인연이 되어 우연을 만든 건지… 



지금의 상대가 월하노인이 만들어놓은 빨간 줄의 인연이라면…


평생 아껴주며, 사랑하며,

배려해주며 사는 건 어떨까...


돌고 돌아도 결국은 '너와 나'라면…








이 왠수 다음 생엔 만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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