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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an 25. 2021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가져라.




소유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건은 많고 많다.

그 물건은 필요에 의해서 나날이 발전하며 신제품은 계속 개발된다.

"고거 참 좋아 보이네."

"이렇게 편한 게 있을 줄이야."

"너도 갖고 있으니 나도 갖자."

필요에 의한 물품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서 당장 필요치 않는 물건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물건에 

"물건에 치어 산다."는 말이 나온다.

tv에 집안 정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당장 필요치 않은 물건에 언젠가 쓸 거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곳에 물건이 자꾸 들어오니 그렇게 쌓이고 쌓이는 것이다.


나는 펜에 애착을 갖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 보니 서랍 한칸을 다 차지할 정도다.

손가락에 맞는, 오래 써도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끊김이 없는, 일명 볼펜 똥이 덜 나오는...

가지 각색의 조건으로 펜을 모았다.

남들 눈에는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펜을 오래 쓰다 보면 자연스레 잘 나가는 펜을 찾다, 찾다 서랍 한 칸을 다 차지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펜을 어디서, 왜 샀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소유를 넘어 애착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워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친구, 초등학교 친구, 중. 고등학교 친구, 대학 친구, 직장 친구, 군대 친구 등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중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친구라는 명(名)으로 인연을 계속한다. 

그 친구들이 다 좋지만을 않을 것이다.

매일 만나고, 통화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1년에 한 번 만날까 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인디언의 언어로 친구는

"나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다.

어쩜 이리 이름도 잘 지었을까.

기쁨은 누구나 같이 축하해 줄 수 있다. 가면을 쓰고 거짓 웃음으로 "축하해" 하면 그만이다.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하물며 사촌이 땅을 사는데 왜 배가 아플까...

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같이 울어 줄 수 있는 친구는 드물 것이다.

그 아픔을, 친구가 느낄 아픔을 같이 가지고 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펜일 쓰다 보면 다 쓰거나, 고장이 날 때가 있다.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 쓰레기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아무리 그 펜을 어디서 샀는지 왜 샀는지를 기억해도 더 이상 쓰임이 없으니 갖고 있으면 쓰레기밖에 더 하겠는가. 그 빈자리에 더 좋은 펜으로 채워지겠지.

친구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을 해도 내게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다.


한번, 두번의 실수를 한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많은 물건을 소유했다고 부자가 아니고,

많은 이들을 알고 있다고 인기인이 아니다.

비어 있어야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다.

가득 찬 곳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도 그건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다.

물건과 같이 사람도 정리가 필요하다.


사람으로 인한 배신과 실망은 생각보다 큰 아픔으로 온다.

나이가 드니 누군가에게 부탁이나, 아쉬운 소리가 어렵다.

누군가에게 부탁이나 아쉬운 소리를 들으면 내가 버겁다.

내가 이렇게 부탁을 해도 되는 사람이 있고,

내가 그의 부탁을 들어줘도 되는 사람.

그런 사람 한 명이면 좋을 듯하다.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은 불가능하다.'는 말처럼...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비워버린다."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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