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요정 바람돌이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려 주문을 외운다.
해가지면 사라지는 환상이지만,
아이들은 그 소원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깨어질 꿈이지만,
그 꿈만으로도 좋아한다.
고전 애니메이션을 1986년 kbs, 2008년 ebs에서 방영.
지금도 저녁시간이 되면 생긴 건 날다람쥐인지,
이상한 고깔모자를 쓰고서 모래서 불쑥 나와 '카피카피 이루어져라!'를 외치면 왠지 내 소원도 이뤄질 거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소원은 하루에 한 가지. 저녁이 되면 사라지는 소원이다.
내게 하루에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 하면 뭘 하면 좋을까?
물론 신데렐라의 12시 종이 울리면 신기루와 같이 사라질 소원이겠지만,
잠깐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은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원작 소설에서는 그 시대를 반영해 아이들의 소원은 주로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닌 어른의 하루 동안의 소원은 뭘까?
얼마전 코로나 시대의 간호사의 수기를 잠깐 읽어본 적이 있다.
생과사를 오고 가는 치열한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에 죽음과 맞닥뜨린 사람들 얘기였다.
숨이 끊어질 듯 하지만 가족의 면회는 되지 않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간호사는 방호복안에서 같이 울었다고 한다.
"엄마 사랑해요. 우리 형제들 낳아줘서 감사해요."
딸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딸아 사랑한다."
를 외쳤던 할머니는 다음날 돌아가셨단 얘기에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 없다.
얼마전 지인에게 들은 얘기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딸이 코로나 걸린 줄 모르고 연말에 부모님께 음식 대접하고, 그로 인해 부모님 모두 코로나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중태 빠져 딸이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코로나로 많은 이들의 죽음이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은 몇십배의 가족의 이별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의 죽음이라고 다르지 않다.
멕시코의 어느 청년은 자신의 차로 코로나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 할머니의 상태가 심각해 지자 차를 세워 울면서 인공호흡을 했다.
코로나의 감염을 생각하지 않고 한 행동이다.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 청년의 행동은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살고 있다.
지금은 현재고
어제는, 찰나의 순간은 과거가 된다.
예측되지 않는 시간은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살고 있고,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살고 있으며,
현재의 행동은 미래가 된다.
절박한 심정에서 소원은 빈다.
유통기한이 단 하루라도,
저녁이 되면 사라지는 신기루라도 잠깐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그 잠깐의 소원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12시가 되면 사라지는 드레스와 말이 끄는 호박마차는 사라져도 신데렐라에겐 유리구두가 남았다.
잠깐의 소원이라도. 아픈 이별에 눈물을 훔칠 시간이 있다면...
모래요정 바람돌이의 주문을 외워 보고 싶다.
'"카피카피 룸룸 카피카피 룸룸... 이루어져라!'
말 못하고 헤어진 이들이 다시 한번 가슴속, 마음속 속내를 내주고 보내 드렸으면...
그렇게라도,
한번만 이라도,
'사랑한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으면....
사진:ebs방영 모래요정바람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