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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Mar 28. 2021

도깨비의 환장파티




마을에선 한집 잔치가 있어도 온 동네 혹은 옆동네까지 품앗이를 하게 되어있다. 그날도 할머니는 7살난 손녀를 데리고 옆동네 잔치를 도우러 갔다.




"기철이엄마 오늘 고생 많네요. 쫌 있다 음식좀 더 싸가."

"네."

"역시 솜씨하난 좋아. 손님들이 다들 맛있다고 난리야. 어쩜 손끝이 그리도 야무진지."

머리가 하얀 주인 할머니가 기분이 좋아 말씀하신다.

이렇게 큰 잔치는 일년에 몇번 없는 잔치라 먹을양도 많고, 가짓수도 많다.

그래서 좀 떨어진 마을이라도 잔치가 있어 도와달라기에 두발 걷고 달려온길, 남은음식 좀 싸가면 식구들이 며칠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수있다.

마을서도 돈좀있다 싶은 집안의 할아버지 70고희연 잔치라 그런지 손님도 많고, 음식도 계속 추가로 더 내오고 있다.

"기철이 엄마. 거기 광에 가면 부침개 초벌 해놓은 거 있으니 좀 갖다 해 주겠어?"

"알겠어요."

오자마자 앉아서 계속 부침개만 부쳐서 그런지 온 몸에서 기름내가 폴폴 나고 있었다.

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서자 다리에서 '우두득'소리가 들렸다.

급한 화장실 빼고서 앉아 계속 일만 해서 그런지 다리가 굳은거 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 옆에서 얌전히 쳐다보던 손녀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할미 괜찮아."

손녀를 안심시키려 미소를 지었다.

잠시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더니 다리가 다시 움직였다. 광으로가 보자기로 덮어둔 바구니를 꺼내 들었다.

주위를 보니 이바구니 하나면 대충 잔치는 끝날거 같은 분위기, 하늘은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해지기 전에 가야 할텐데...'


"오늘 계속 앉아서 고생했어. 손이 어쩜 그렇게 빨라. 많이 도움됐어."

"뒷정리는 못할거 같아요. 애가 있어서 가봐야겠어요."

"그래 그래. 뒷정리야 동네 사람 시키면 되는데, 미안해서 어떻게 하나. 빨리 가봐. 이건 오늘 수고비 조금 넣었어."

"감사해요."

"잊지말고 음식좀 챙겨가고."

주인 할머니는 뒷정리를 도우러 저만치 갔다.

"할머니."

손녀 순자가 손을 가만히 잡았다. 어서 가자는 재촉이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차는 못탈거 같고 빠른 걸음으로 지름길 능성을 넘어가야 할것 같았다.

집에 가져가려 차곡차곡 음식을 넣어뒀던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손녀 손을 잡고 잔치집을 나섰다.



"순자야. 꼭! 할미 치맛자락 놓치면 안된다. 꽉 붙들어. 무조건 걸어야해!"

날이 이미 어두워질 때로 어두워져 있었고, 앞을 분간할수 있게 도와주는건 달빛뿐이었다.

지름길로 온다고 능성으로 들어서자마자 긴장감이 돌았다.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일한 덕에 다리는 풀린지 오래다.

거기에 머리에 이고있는 바구니는 평소 무게보다 3배는 더 든것처럼 무거웠고, 다리에 벽돌을 차고 걷는것 처럼 발의 움직임에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할머니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뭔 소리?"

"사람들이 수근 수근 거리는 소리 같은데..."

"뒤돌아보지마! 앞만 보고 걸어. 어서."

어느정도 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을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보여도 벌써 보여야 하는데,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그때, 누군가 바구니를 확 당기는 힘에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바구니를 놓지 않으려 꽉 잡고서 다시 걸었다.

"순자야! 할미 치마 꼭 잡아라!"

머리에 인 바구니를 두손으로 꽉잡고서 언덕쪽으로 앞만보고 빠른 걸음으로 뛰다시피 했다.

손녀 순자는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무서움에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두번 감아쥐고서 할머니를 따라 열심히 걸었다.

"탁" "탁" "탁"

바구니를 막대기로 치듯이 힘이 가해졌다.

'큰일났네. 큰일났어.'

걸음을 늦추고 머리위 바구니에 손을 넣어 잡히는데로 한움쿰 집어 뒤로 던졌다.

그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멀리 보이는 능성만 넘으면 되는데 그 길이 너무 멀다.

'정신을 놓으면 안되는데, 순자까지 있어서 큰일났네.'

몇걸음, 다시 몇걸음

언덕길을 오르려니 숨이차는건지, 무서움에 숨이 쉬어지지 않는건지 알수가 없다.

"순자야 어여가자. 힘내라."

내게 하는 말인지, 손녀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게 힘을 내야했고, 무슨 소리라도 해야 무서움이 덜 할거 같았다. 언덕에 다다르자,

'웅성, 웅서, 수근, 수근'

귓가 바로 뒤에서 들리는 소리다. 눈을 질끈 감았다.

쪽진 머리뒤로 입김이 닿는것만 같았다.

바구니에서 또 한줌 음식을 집어 뒤로 던졌다. 그때, 발을 헛디뎌 휘청했다. 손녀가 잡고 있는 치마 반대편으로 휘청거리자 어린것이 부축한다고 치마를 당겼다.

"으아~~~!!!!"

순자의 비명이 들렸다.

"할머니!!"

손녀가 어느새 뒤를 돌아보선,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손녀가 바라보는 곳을 모르게 시선을 갔다.

그곳엔,

머리에 뿔이 달리고, 핏빛의 몸에 웃통을 벗고서 외다리로 서 있는 도깨비가 보였다. 7~8은 보이고 그 뒤는 도깨비불이 왔다 갔다 했다.



정신이 번쩍 들어 한손에 음식가득 집어 도깨비쪽으로 던지고 손녀 손을 잡고 앞을 향해 달리듯이 뛰었다.

"뛰어라! 순자야! 뛰어!"

머리속에는 방금 본 도깨비 모습이 자꾸 연상됐다.

엄청 큰 등치에 한 발로 서서 우릴 바라보는 도깨비...

한번 보게된 순자는 뛰면서 자꾸 뒤를 돌아봤다.

"할머니!!! 가까이 다가와요!!"

"순자야! 앞만보고 뛰어."

바구니에 다시 손을 넣어 또 한줌 뒤로 던졌다. 이제 다왔다. 저 능성만 넘으면 된다.

외다리로 쫓아오는지

'통! 통! 통!'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소름끼치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능성을 넘으니 마을 입구 당산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 왔어!"

도깨비들도 마을 입구로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우!!~~ 우!!~~ 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뒤에서 따라오지 않고 옆으로와 바구니를 흔들었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누가 들었으면 하고서 있는 힘껏 소리쳤다.

"여기요!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 어디서 그런 목청이 나올까, 바구니를 계속 흔드는 도깨비를 옆으로 두고서 소리쳤다. 도깨비는 그 바구니를 가져갈 샘인냥 잡고 놓지 않았다. 

바구니를 포기하고 싶지만 생명줄처럼 꼭 잡고, 소리 소리치며 앞으로 뛰었다.

당산나무 초입이 되니 '사람 살려'란 소리를 들었는지 집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요! 여기 사람 살려!"

마지막으로 한줌 음식을 잡고 뒤로 던졌다.

그러자 바구니를 흔들던 움직임이 멈추고 빗자루로 땅을 치는 소리도 사라졌다.


"아니 기철이 엄마 아녀?"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기철이 엄마네. 순자하고 오늘 옆 마을 갔더니 지금 온겨?"

사람들 소리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할머니가 쓰러지듯이 주저앉자 순자도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어쩐 일이야? 왜그려?"

"도.... 도. 깨비."

겨우 내뱉은 말에 마을 사람들은 능성을 쳐다봤다.

"도깨비?"

"워메... 큰일 날뻔했네."

마을 사람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있는 나와 순자를 일으켜 세웠고, 주저앉으면서 엎어진 바구니도 주워 담았다.



나중에, 나중에 순자는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할머니 그 도깨비가 그렇게 쫓아오는데 바구니도 버리고 도망가지 그럼 더 빨리 갈수 있잖아."

"아야. 그 바구니가 생명줄이여. 생명줄."

"생명줄?"

"그래. 그게 없으면 우리 차례였지."

순자는 그때 그게 무슨 말인지 나중에,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






 




엄마 순자씨는 지금도 그 도깨비 모습을 잊지 않고 계십니다. 70년이 더 된 얘기를...

엄마를 그리 이뻐하던 할머니를 따라 잔치집에 놀러갔다, 음식냄새 맡고 할머니와 엄마를 따라와 음식을 뺏으려던 도깨비. 외다리를 하고서 무섭게 따라오던 도깨비 얘기를 하실때면 지금도 그 모습이 생각나 식은땀이 나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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