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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Jul 30. 2020

수련원의 눈물

경기도 이천 한 수련원으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개장한 지 몇 년 안 된 깨끗한 곳이고 부지도 넓어서 강당, 주차장, 식당, 숙소 등도 컸다. 도로에서 30분 들어오는 길이라. 근처 편의시설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좁은 도로에 가끔 민가가 있을 뿐, 그 길은 오로지 수련원으로 이어진 길이였다.


뒤에는 산을 끼고 앞에 수영장까지 있어서 수련원으로써 최적의 장소로,

실장님과, 과장님, 그리고 교관 선생님, 남자 3명과 여자 3명이서 수련원에 상주하고 주방은 아이들이 있을 때만 이모님들이 출, 퇴근으로 오셔서 식사를 책임지고 매점 사장님, 이렇게 전부였다.

수련원 본관에 교관 사무실이 있고, 교관들은 수영장을 끼고 작은 숙소에 따로 머물게 됐는데, 

숙소라고 해봐야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든 거였다. 


스케줄에 따라 날짜에 맞춰 서울, 경기권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버스가 주차장에 들어서면 교관들을 바빠진다.

아이들이 버스에 내리면서부터 선생님과 바통터치, 그 시간부터 아이들의 책임은 교관이 지게 되어있다. 


방 배정부터 짐 정리, 시간표등..

2박 3일 동안 퇴소할 때까지 아이들의 잊지 못할 체험과 추억이 이 수련원에 상주하게 된다.


예전에 수련원은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에 목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교관들이었는데, 내가 있던 곳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학년에 따라서 차별을 두긴 해야 해서,

초등학생들의 좀 더 부드럽고, 중학생은 조금 긴장하고, 고등학생은 무게를 잡고 있어야 한다.

학생들을 제어하면서 인솔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2박 3일 동안 아무 탈없이 수련원을 나가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머물다 보내야 하는 임무에 교관들은 아이들의 시간표보다 항상 1~2시간 앞서야 했다.

 

그래도 제일 힘이 나는 건 아이들의 정이였다. 잠깐이라고 생각하는 그 시간에 아이들은 많은 정을 두고 간다. 퇴소하는 날 아이들은 매점에서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친했던 교관에게도 선물을 주기도 한다. 특히 잘생긴 남자 교관한테는 중학교,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선물이 쌓이기도...


아이들은 정말 순수해서 조금의 관심에도 즐거워하고 고마워한다.

400명의 아이들 중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우리들에게 말 한마디 걸기도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가 있으면 일부러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한다. 대화는 특별한 건 없고, 그저 

"너 아까 과자 먹더니 또 먹어? 저녁에 밥 먹어야지."

"다리 괜찮아? 아까 아파 보이던데..."


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다. 

그럼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고 쑥스러운 듯이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퇴소 날,

 

한 아이의 선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매점에서 산 손수건, 목걸이, 기념품 인형 등 작은 것들을 주면서 고마움을 표현할 때 한 아이가 수줍어하면서 손에 뭔가를 꽉 쥐고 있었다. 

뒤쪽에 서 있으면서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쭈빗쭈빗 서 있었다. 아이들이 하나둘 차에 타고 남은 그 아이가 나에게 왔다. 작은 손에서 내민 것은 돌.

“선생님 전 이것밖에 없어요.”

아이손에서 받아 든 돌은 아이 주먹보다 컸다.

검정 동그란 돌에 “선생님 감사합니다. -000-”

흰 수정액으로 하나하나 눌러쓴 글씨였다. 

그 돌을 본 순간 왈칵 눈물이 날뻔해 얼른 모자를 눌러써야 했다. 


이 아이는 이렇게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었나 보다.

아이는 이런 표현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돌들을 손에 들었다 놨을까?  

그 글을 쓰기 위해 돌을 얼마나 닦고 닦았으며, 실수하지 않으려 신중하게 화이트로 하나하나 눌러썼을까?

그걸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 과정 모든 게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는 듯했다.

내 반응을 살피는 아이에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마워. 꼭 간직할게” 말하니 그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선생님, 선생님 감사합니다.” 양 손등으로 번갈아가면서 눈물을 닦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고작 2박 3일이지만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아이들에게 난 그 2박 3일 동안 어땠나? 

항상 밀려왔다 가는 아이들...

시간표 맞춰서,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는 행동에 혹시 실수나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까? 


수련원 산에 널린 게 돌이지만 그 아이의 생각을 입고, 아이의 마음이 되어 그 돌은 특별한 돌이 되어 내 가슴에 지금껏 자리 잡는다. 



아이들의 태운 버스가 출발. 

우리 교관들은 한 줄로 서서 거수경례를 하면 창문에 붙은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인사를 한다. 


집에 가서, 수련원에서 있던 얘기를 하고 피곤한 몸을 뉘어 다시 제 생활을 하지겠지...

수련원도 같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청소하고 정리하고, 다음에 들어올 아이들을 위해 시간표를 짠다. 



내게도 잠깐의 일탈이었던 수련원 교관,

내가 그 아이의 선물에 수련원을 떠올리는 것처럼 어떤 아이들이 혹시 수련원 하면 나를 떠올려 주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상상을 해본다. 


아이야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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