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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Apr 28. 2021

유기견(遺棄犬)이 아니라 사랑이다.



11년이 되어간다. 

길가에 버려져 자신의 주인을 찾으려 이리저리 지나는 사람들을 보던 동그란 눈에 잔뜩 겁을 먹은 아이.

잃어버린 주인도 걱정할까 싶어 강아지가 유기된 은행 앞에서 가지 못하고 있을때, 길가에 주차된 차뒤에서 어느 중년 여인이 나왔다.


"내 개인데..."

"아 그러세요. 다행이에요. 주인을 찾아서."

"근데, 내가 못키울거 같아 저기에다 갖다 주려고 했지."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애견 미용실이였다.

"키울 사람 있으면 키우라고."

'근데, 왜 강아지를 혼자두고 차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나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주인만을 보며 한없이 꼬리를 흔드는 아기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미용실에 데려가 봤자 받아주지도 않을텐데 그럼 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 생각에 가족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제가 키울게요. 데려가도 되나요? 몇살이예요?"

"2년 됐어."

개를 키워보지 않았던 나는 그저 불쌍하다고 개를 데리고 엄마 집으로 갔다. 

개줄을 끌고 집으로 오는길에 자신의 주인을 향해 자꾸 뒤돌아 보며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두려운지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초보였다.

무턱대고 왜 데리고 왔냐고 엄마는 힘에 부친다며 다시 데려다 주라했다. 하지만, 미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아이를 다시 보낸다는게 싫어 잠시 부탁을 하고 신랑한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오늘 길가에서 어떤 여자가 개를 버린 거야. 그러면서 자신은 차 뒤에서 개를 보고 있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내가 데리고 왔어. 엄마가 키울줄 알았는데, 엄마도 아프셔서... 어떻게 하지? 여기로 데리고 오면 안될까?"

"그래. 데려와."


생각지 않게 신랑은 흔쾌히 대답했고, 나는 한시름을 덜수 있었다. 

이름부터 '밍크'라 하고, 병원을 데리고가 검사와 미용을 했다. 예방주사도 1차만 맞았다했고 미용을 하는데, 덥수룩한 털에 보지 못했던 귀가 보였다. 왼쪽 귀가 반이상 잘린 듯이 위태하게 있었다. 불에 데인 건지 알수없는 상처 입은 밍크를 시원하게 이발을 시키고, 예방주사를 맞았다.

그날부터 내겐 새 가족이 생겼다.

서로 적응을 못해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때도 있고, 화가 날때도 있었지만 몇번의 훈련으로 욕실에 대, 소변을 알아서 보며, 아무것이나 물어뜯지도 않고 말썽도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렇게도 공격적으로 변해 나를 힘들게 했다.


밍크의 시선을 항상 나를 향했다. 

청소를 하고 있어도, 설거지를 해도 이방 저방을 다녀도 나를 찾고 나를  보고 있다. 내 옆에서 있으려 작은 천조가리에 앉아 잠을 청할때도 있다. 그렇게 우린 11년을 살았다. 


처음엔 데려온 책임감에 키우게 됐지만, 

지금은 13살이 된 아이를 보면 눈물이 날때도 있다. 

노견이라 그런지 이틀을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 할때, 

"너 아무것도 않먹을꺼야? 그럼 너 죽어. 엄마 힘들게 할래!" 하며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고 다닌적도 있고,

"엄마, 우리 밍크 죽나봐."

엄마한테 울면서 하소연 한적도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다시 음식을 먹을때, 얼마나 기쁘던지...

10살 전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다가 10살을 넘기면서 갑자기 잠이 많아지고(24시간 중 20시간을 자는거 같다.) 변이 조금만 묽어도 겁이 덜컥 난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그렇게 사람과 동물이 동거를 했다.

어떤 이들은 그런다. 

'그래 봤자 개지뭐.'

'사람이 무슨 개엄마 개아빠야.'

상처되는 말들을 한다.


나는 개를 키우고 있지만, 그 개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 

그럼 되는거 아닌가? 

행복을 주는 개에게 좀더 오래 살라고,

좋은거 먹이고, 아플까 병원도 다니고 있으며, 안고 자기도 한다.

개가 나한테 주는 행복으로 행복을 채워가는데, 그럼 된거 아닌가?


유기견(遺棄犬)이라며,

유기견(遺棄犬)이라서,

- 버려진 내 새끼는 상처를 받고 내게 왔지만, 

내 사랑으로 내게 눈맞춤을 하고, 그 눈맞춤 행동으로 난 행복하다. 

버려진 가슴아픈 아기였지만, 지금은 가족이다. 내 사랑하는 가족.

아프면 눈물나고, 밥않먹으면 죽을까 걱정인 내 새끼...

말은 통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우린 서로가 서로를 걱정한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상처가 치유가 된다.







"밍크야. 초보 엄마한테 와서 너도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엄마한테 와줘서 밍크 때문에 행복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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