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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매년 일본으로 떠나는 이유

by 국빈
프롤로그

너무나도 차가운 시선.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 그의 매서운 눈빛 속에서, 나의 등줄기에는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 공간을 맴도는 긴장감 안에는 억울하다는 감정만이 항변하고 있었다.


"어, 잠시 대기해 주세요."

ㅡ 네?


"가방 좀 열어 봐도 될까요?"

ㅡ 아, 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일본 방문 이유는 뭔가요?"

ㅡ 단지 여행입니다.


"혼자 가시는 건가요?"

ㅡ 네


"어디 어디 가실 예정이죠?"

ㅡ 여러 섬들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그렇게 추궁은 계속되었고, 캐리어 안 돌돌 말린 내 속옷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나를 통과시켜 주었다.


일본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그 여러 번 방문한 일이 오히려 수상하게 느껴진 걸까.


뭐, 귀국 편 항공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일본 땅을 밟으려고 했으니 더더욱 수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단순 여행은 아닌데요."라고 말하기에는 그 사람에게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귀찮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새로운 여행길을 찾아 떠납니다."라는 말을 애써 품은 채, 입국 심사를 마쳤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부동의 1위는 단연 일본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익숙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고, 그 후로도 매년 일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은 더 이상 여행지로서의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본을 계속해서 찾는 이유는,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2025년 한국도 초고령사회를 맞이했다.


만약 누군가 내게 "노인 하면 떠오르는 색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회색'이라고 답할 것이다.


회색은 눈에 띄지 않지만, 안정적이고 조용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노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처럼 강렬하거나 급진적이지 않고, 차분하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비슷한 색으로 '은색'도 있지만, 왜 하필 '회색'을 떠올렸을까?


그 차이는 '반짝임'에 있지 않을까.


우리 주변의 노인들의 얼굴에서 쉽게 미소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들의 삶을 '은빛'이라 부르기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이기에 더한 설명은 필요 없겠다.


그렇다면 일본의 노인들은 어떨까?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그들의 삶은 과연 회색일까, 은빛일까?


지금의 나 역시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그런 내게 일본의 풍경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일본의 모습이,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거울이 아닐까?


특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오사카.


화려한 네온사인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점들로 가득한 도톤보리의 번잡함 뒤편에서,


나는 전혀 다른 얼굴의 일본을 마주한다.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의 풍경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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