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도쿄 관광지를 검색하면, 다양한 지역이 소개되어 나온다.
특히 도쿄 스카이트리를 시작으로 시부야, 신주쿠, 아사쿠사는 현재까지도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 중의 하나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특별한 도쿄의 숨은 보석, 스가모 거리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스가모(巣鴨)는 도쿄 북쪽에 위치한 동네로, '어르신들의 하라주쿠'라고 불리는 곳이다.
하라주쿠 : 패션과 유행의 발상지로, 젊음의 상징으로 통한다.
간판들은 어딘가 투박했고, 번화가의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따뜻한 색감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은빛 매력이 가득한 스가모 거리다.
이곳 거리에는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 길가에서 가게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는 노인, 그 전단지를 받으며 웃음 짓는 또 다른 노인의 모습이 익숙한 풍경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스가모에는 노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상점들이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거리의 중심에는 고칸지(高岩寺)라는 절이 있다.
본당 앞에 있는 보살에 물을 뿌리고 닦아주면 아픈 부위가 낫는다는 설이 있어서, 이곳을 방문한 노인들은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병의 치유와 건강을 기원했다.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소원을 빌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스스로 설 수 있기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특히, 거리 한쪽에는 유독 눈에 띄는 가게가 있었다. 온통 새빨간 가게...
바로 빨간 내복과 속옷이 가득 진열된 ‘마루지’였다. 사실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굳이 들어가 보고 싶진 않았지만 궁금한 건 또 참지 못하는 본능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일본에서는 환갑이 되면 빨간 옷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고 하는데, 악운을 막고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생각보다 가게 안은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할머니들은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내복을 고르고 있었고, 몇몇 젊은이들도 기념품처럼 빨간 내복을 사 가고 있었다. 과거에는 실용적인 용도만으로 취급되었지만, 이제는 유머와 전통이 결합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듯했다.
거리를 실컷 돌아보고서는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토키와식당’을 방문했다.
가게 안은 '노인의 거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듯했고, 조용하기보다는 정겨운 수다 소리와, 우렁찬 직원들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볍게 먹자는 생각으로, 가장 만만해 보이는 에비후라이(새우튀김)를 주문했다.
한국의 밑반찬 양을 생각하면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새우튀김을 한 입 물었을 땐 바삭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맛이 감탄을 자아냈다. 튀김옷이 얇고 살은 아주 통통했던 기억이 난다. 문 밖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식사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이곳 '스가모'에 대해 다시금 상기했다.
스가모는 단순한 ‘노인의 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곳은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거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 스스로가 건강을 챙기고,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그 속에는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60대는 70대를, 70대는 80대를, 80대는 90대를 더 건강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들이 엿보였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욱 즐겁게, 건강하게, 또 후회 없이 늙어갈 것인가에 부분 말이다.
그들의 '삶'과 '고민'들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거리. 이곳은 도쿄의 숨은 보석 '스가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