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했다. 잔을 돌린다.

실력과 인성으로 승부하는 조직생활을 위해

by 한시영

회식을 했다. 잔을 돌리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물론 제안하는 이들은 소수였고 잔에 대한 거부 권리도 존재한다.) 정확하게 돌리기보다는 평소 친근감을 표시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의 소주잔을 가져가서 따라주고 자기도 받아마신다. A형 독감이 유행하는 이 시기에. 부장님께 물었다. “잔은 왜 돌리는 거죠? 제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예요. 일종의 유대감인가요?” 하니 멋쩍어 웃으신다. 내 질문의 의도를 아신거다. 궁금해서가 아닌, 맘에 안 드는 걸 지적하는 데 의도가 있었으니까.


2018, 휴머니스트 Co.,Ltd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잔을 공유하는, 서로의 아밀라아제를 나누는 그런 유대감이 왜 필요할까? 일터 밖 회식 자리에서의 유대감이라. 그게 꼭 필요할까?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 딱 거기까지. 그거면 되지 않을까.


유대감으로 포장해, 눈감아주고 밀어주고, 플러스 알파를 주거니 받거니 하려는 분들의 속내가 보여 실은 얄미웠다. 그냥 상식과 실력과 인성으로 조직생활하셨으면, 나 역시도 그렇고.(실은 회사 내 여러 사람 만나보니 상식 하나조차도 갖기 쉽지 않은 ‘덕목’ 임을 알게 된다.)


우리 회사는 그룹사 중 노조 규모가 크고 직급도 사라져 굉장히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지만 아직도 이런 친목 아닌 친목 행위가 남아있다


세대가 다른 지, 좋은 게 좋고 우리 하나 아이가, 라는 구호가 통하지 않는 내가 그들은 이상할 거고. 나는 그들이 이상했다. 그런 저녁이었다. 나 아무래도 프로 불편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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