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by 한시영

남편과 딸이 잠에 들어 조용한 이 밤, 최근 읽은 책 중 좋은 구절을 필사했는데, 그걸 다시 메모장으로 옮겼습니다. 그 책은 바로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옥명호 지음’ ”인데요. 제게 인상 깊은 내용만 추렸습니다. 궁금하시면 사서 보시면 되고, 역곡 주변에 사시는 분은 #역곡동용서점 가서 찾으면 됩니다.(꼭 가보세요, 책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에요.)

이외에도 참 좋은 구절이 많으나, 읽는 이의 피로함과 쓰는 이의 피로함을 고려해 여기까지 마치려는 찰나, 우리 가족 이야길 하려고 합니다. 저는 43개월의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돌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으니 31개월이 되었네요. 자기 전 저와 남편이 매일 읽어주던 책읽기 시작은, ‘솔이가’ 읽어주는 시간으로 바뀌었어요.
31개월동안 닳도록 읽어 다 외운 책들을 3-4권 가져다가 ‘엄마, 아빠 읽어주고 싶다며’ 20분동안 자신이 읽고 나머지 5분은 읽어주는 책 이야길 들으며 잠이 듭니다. 예민한 저희 딸은 잠을 자기가 여전히 힘든 아이입니다. 저와 남편의 욱함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간도 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을 좀더 낭만적으로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게 해준 건 아이와의 책읽기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며 곤한 몸의 상태인 저희 부부가 동심으로 돌아갔던 시간도 이 때가 아닌가 해요. 굳이 이 시간을 낭만적으로, 추억으로 합리화 하고자 한다면요. 그리고 여기에 좀더 보태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좋은 부모라고 스스로 여기고자 하는 마음을 보탠다면요.

P.31 배우지 않으면, 카프카가 말했듯이 ‘자신이 겪은 대로만 자식을 다룰줄 아는 아버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P.63 목돈 들여 책을 사주는 헌신보다 중요한 건 시간을 들여 그 책을 읽어주는 수고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 곁에 있기를 바랄 뿐더러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을 더할나위 없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P.8 ‘타임푸어 대한민국’
자신을 내주지 않고 시간을 내지도 않으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그걸 돈으로 대체하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희생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마더 테레사가 간파했듯 “부모와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가난”에 직면해있다. 그 가난이 다름 아닌 영혼의 황폐함과 외로움과 무관심이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끔직한 질병이다.

P.15 아이들을 최우선에 두는 용기
버거운 어른들의 삶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쉴새없이 일하고 희생한다고 스스로 속이거나 속는 일은 없는 지 돌아봐야 한다.
요한 크리스토퍼 아놀드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두는 용기라고 했다. 내게 이 말은 아이들을 최우선순위에 놓으려면 때론 어떤 일은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렸다. “아이의 삶에 아버지가 같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하는 것이다.”

P.19 누구나 부모 노릇은 생애 최초의 경험이다.

P.21 요한 크리스토퍼 아놀드 ‘오늘날, 사랑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자녀들의 굶주림을 물질적으로 해결하려는 아버지들이 얼마나 많은가’ ... 사랑이란 그렇지 않다. 사랑이란 수고와 땀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

P.44 독서와 언어 연구센터 디렉터, 메리언울프교수
뇌에는 시각-언어-청각 영역이 통합되는 각회 영역이 있는데 이 부분이 활성화 되어야 비로소 글을 읽을 능력이 갖춰진다. 각회 영역은 만 다섯살부터 발달하기 시작하기에 그 이전에 글자를 가르치는 것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독서의 첫단계는 ‘듣는 독서’이며, 아이들은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면서’ 독서가 사랑과 연과된 아름다운 일임을 배운다. 이렇듯 어린시절에 책을 접하는 최고의 방법은 ‘듣는 독서’라는 게 울프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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