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지칠 때면 마음 속에서 ‘엄마.”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럴 때면 스스로 놀라며 마음 속에서 그려지는 ‘엄마’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내뱉지 않도록 꾸욱 눌러담는다.
무엇보다 내가 내 자신에게 지칠 때면 엄마가 떠오른다. 나도 받아주지 못하는 나를, 엄마는 그냥 말없이 꾸욱 안아줄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가보다. 그치만 입으로 내뱉어도 들을 대상이 없는 말이라서. 공허한 외침이 되기 싫어 ‘엄마’ 란 말은 마음에만 담아둔다.
엄마가 내 옆에 있다고 할지라도 딱히 힘든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텐데. 엄마라는 두 글자. 두 입술이 다물어지면서 나는 ‘엄’이라는 글자, 다시 그 입술을 떼어 ‘아’ 소리만 내면 쉽게 나오는 ‘마’라는 글자. 발음하기도 어찌나 이리 쉬운지 입술을 닫았다 떼면 발음 되는 그 글자.
한창 예쁜 아이들 사진을 볼 때, 새싹이 돋을 때, 계절이 바뀔 때면 더더욱 생각이 난다. 나의 한창 예뻤던 시절을 마음에 담고 있던 사람. 계절 바뀔 즈음이면 목이 허할까봐 손수건을 둘러주던 사람. 미우나 고우나 나를 예쁘게 봐주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