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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Mar 10. 2021

남미 여행 일지 6. 사막을 즐기는 방법, 버기투어 1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사막에서 맞이하는 밤 그리고 그 다음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막이라서, 잠자리가 갑자기 바뀌어서가 아니다. 누군가 코를 심하게 골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새벽 내내 우리 방 앞에서 통화를 하던 관광객이 한 명 있었다. 우리 방 앞 해먹에서 통화한 모양이다. 그의 말소리가 나를 계속 깨웠다. 또 한밤중에는 누군가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혹시 우리 중에 누군가가 화장실에 갔다가 못 들어온 게 아닌가 싶었다. 눈을 떠서 방의 인원을 체크했다. 4명이 모두 다 방안에 있었다. 나는 문 앞사람이 갈 때까지 긴장하며 경계했다. 같은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우리 방을 확인했다. 휴대폰 플래시 불빛이 느껴졌다. 그림자가 사라진 걸 느낀 나는 안도하며 그저 술에 취해 방이 헷갈린 관광객으로 여겼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을 다시 청했다. 잠귀가 밝은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쨌든 선잠을 자고 나서 아침을 맞았다.




 조식은 과일 샐러드와 핫케이크 그리고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간단하지만 언제나 맛있는 식단이다. 과일의 종류가 많고 맛도 좋아 새벽의 피로를 씻어주는 아침식사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Wild Olive게스트 하우스의 오믈렛이 기가 막히다길래 당장 가기로 했다. 물론, 아침을 먹은 후였다. 막상 가보니 그렇게 기가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오믈렛이었다. 역시 인터넷은 믿을 게 못된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혀뿐. 


생각보다 평범했던 오믈렛.

 

 식사 후 오아시스 주변을 산책했다. 거대한 오아시스에 주변은 나무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런지 모기도 사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인데 이렇게 나무가 우거진 것이 신기했다. 오아시스가 가진 생명력이 이렇게나 큰가 보다. 모래들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마을은 아지 활기를 찾기 전이었다. 날은 점점 뜨거워져갔다.


사막 가운데 유일하게 푸르른 오아시스 주변

 



 사막의 한낮은 무지 뜨겁다.

 오후에 들어 햇살이 강해지길래 숙소로 돌아왔다. 사막의 햇살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고, 피부가 타버리기 전에 휴식을 취하러 왔다. 그늘 아래 해먹에 누웠다. 세상 편안한 오후의 한때다. 숙소 중앙에 자리 잡은 수영장도 있어서 수영복을 챙긴 김에 적당히 물놀이도 즐겼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 놀지는 못했다. 서양 관광객들은 선베드에서 태닝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한가로이 책을 읽는 사람도 보였다. 영락없는 휴양지의 모습이다. 점심은 숙소 식당에서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기가 막힌 음식은 바로 여기 있었다. 파스타와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정말 일품이었다. 수영을 하고 난 뒤의 시장기가 더 맛있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배불리 먹고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잤다.


볶음밥

 

그리고 파스타

 

 빨래를 찾아와야 했다. 맡길 때와는 달리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동양인 남성 4명인 손님이 우리 말곤 없었으리라. 빨래를 가져와서 다시 개켜놓고, 슬슬 버기 투어에 갈 준비를 했다. 버기 투어는 버기카라는 자동차를 타고 사막을 돌아본 뒤 샌드보드를 타는 투어다. 스노보드 타듯이 모래 위를 보드처럼 탈 수 있는, 듣기만 해도 짜릿한 투어다. 한낮은 햇살이 강하여 투어는 해가 한풀 꺾일 때부터 시작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 혼자만 가방을 챙겨가기로 했다. 근데 내가 걸리고 말았다. 나는 작은 가방 안에 모두의 핸드폰과 셀카봉을 책임지게 되었다.




기다려라, 버기카!
버기 투어의 처음과 끝. 버기카

 

 모래바람이 강해서 마스크는 필수였다. 또 모래가 많이 들어갈 수 있으니 편한 옷으로 준비를 마쳤다. 설레는 마음으로 투어 장소에 가니 이미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버기카가 더 눈길을 끌었다. 버기카란 무엇인가. 황량한 사막을 모래바람 일으키며 강력하게 달릴 것 같이 생긴 레저용 차량 되시겠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찌나 한국인 관광객이 많던지, 10인승 정도되는 차량에 한국인만 따로 탔다. 와카치나에 온 한국인은 여기 다 모인 듯했다. 4명이 뒷좌석에 다 같이 타려 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3명밖에 타지 못했다. 한 친구는 외국인들과 홀로 타게 되었다. 엔진 소리를 내며 버기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버기 투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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