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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교선 Mar 16. 2021

남미 여행 일지 6. 사막을 즐기는 방법,버기투어 2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 여행기

시원한 모래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버기카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서 모래바람이 안면으로 파고든다. 버기카의 낭만은 선글라스와 마스크가 없다면 바람과 같이 날아갔을 것이다. 부드러운 사막 지형인데도 생각보다 차가 많이 덜컹거렸다. 창문이 없어서 속도감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동승한 사람들의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환호소리와 엔진 소리가 주변을 채웠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지평선이 배경이 되어주었다.


 사막 언덕을 끝없이 달려 오아시스가 보이지 않는 장소에 도착했다. 모래로 이루어진 망망대해다. 카메라를 들고 신이 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막다운 사진을 뽑아내기 위해 예열된 모래 위를 뛰어다녔다.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해 모래를 뿌리며 사진을 찍었다. 피사체 뒤에 펼쳐진 광활한 사막과 흩날리는 모래를 배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바로 가이드한테 혼났다. 


사막의 바다 한가운데 온 기분이다.


 뜨거운 열기를 가르며, 샌드보드


 다시 버기카에 탑승하고 높은 언덕으로 향했다. 샌드보드를 하나씩 받았다. 기다리던 대망의 스노보드 타임이다. 눈에서는 약간 타본 적이 있지만, 모래 위에서 타는 보드라니. 벌써부터 설렜다. 내가 받은 보드는 하얗게 코팅되어 있었고, 양초를 지급받아서 코팅을 더 강화했다. 발을 고정하는 부분이 없어서 앉아타든 누워타든 해야 했다. 첫 번째 언덕은 맛보기였다. 짧고 완만했다. 마치 썰매장에서 보드 타는 느낌이랄까. 샌드보드에 익숙해지는 시간이었다.


거대한 언덕위에 보더들


 두 번째 언덕부터는 슬슬 아드레날린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교적 더 길고 가파른 언덕이었다. 위에서 바라보니 짜릿함이 느껴졌다. 기다리다가 우리 순서가 되었다. 그대로 보드 위에 엎드렸다.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점점 속도감이 붙었다. 바람이 얼굴을 매섭게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칫하면 달궈진 모래에 속도가 더해져 살을 델 수도 있었다. 짜릿하다. 모래언덕을 내려가며 느껴지는 속도감이 너무 짜릿했다. 남들 다하는 것처럼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셀카봉에 핸드폰을 달고 찍었는데, 멋진 샌드 보딩 영상이 아니라 무슨 블랙박스 사고영상 같았다. 



 세 번째 언덕부터는 아찔함이 느껴질 정도로 가파르고 높았다. 진짜 스키장에서 슬로프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살짝 겁이나 정도였지만, 여기서 쫄 리면 지는 거다. 몇몇 한국인 중년 관광객분들은 포기하고 버기카에서 내리시지 않았다. 우물거리며 기다리다 마침내 순서가 왔다. 눈 딱 감고 보드에 몸을 실었다. 속도는 금방 붙었다. 모래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따가운 모래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엎드려서 타니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사막에서 보드 탄다는 사실은 다 내려오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순식간에 내려왔다. 모래바람과 강렬한 태양 그리고 언덕에서 신나게 타고 내려온 샌드보드. 햇살만큼이나 강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뜻밖의 동행과 오아시스가 빛나는 밤

 

 버기카 투어를 마치고 같이 동행했던 한국인 친구와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마침 우리는 네 명이서 단체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네 명이 취할 수 있는 부채꼴 모양부터 한 사람 들기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연신 사진을 남겨다. 그리고 해는 점점 저물어 하늘을 또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맥주 한 병씩 가져왔다. 맥주병을 이용해 원근감 있는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가까지에 맥주병을 놓고 멀리서 점프하면 마치 소인이 맥주병 위를 뛰어 댕기는 사진처럼 나왔다.


페루 맥주 쿠스케냐, 그리고 위에서 뛰댕기는 우리


 맥주를 마시며 밤이 내리는 와카치나를 바라보았다. 구름이 다소 많았지만, 오아시스의 야경까지 덮을 수는 없었다. 오아시스에 비친 가로등과 가게 조명들이 노란빛으로 장식한 야경은 마치 작은 항구마을이 사막 가운데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배경은 사막인데 물가에 비친 야경이 있는 풍경.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언제 또다시 볼 수 있을까. 없던 낭만도 빚어내는 멋진 모습이다.


작은 항구마을 같았던 오아시스 야경

주문하신 오아시스 야경입니다


 오아시스 야경을 보고 나서 숙소에서 간단히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관광마을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호객행위가 넘쳐났다. 우리가 동양인인 것을 본 종업원들은 한국어를 쓰기도 했다. 친구, 친구를 연신 외쳐대며 우리에게 호객행위를 하는데 재밌으면서도 낯설었다. 중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많이 오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한국어를 잘했다. 아니 잘했다기보다는 호객행위에 필요한 한국어를 잘 알고 있었다. 친구, 예뻐요, 멋져요, 맛집 맛집을 연발하는 한 종업원의 언변에 우리는 스르륵 식당에 들어갔다.


 2층 식당이었고, 또 뷰에 환장하는 것이 한국인들 아닌가. 당연히 오아시스가 보이는 2층에 올라 식사를 주문했다. 로모 살타도라는 페루식 고기볶음이 올라간 피자, 치킨 볶음밥과 타코 그리고 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런데 1인분의 양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리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양으로는 충분했다. 양으로 승부하는 집인가 보다. 로모 살타도 피자는 그냥 소고기 볶음을 올린 피자맛이었고, 치킨 볶음밥은 그냥 닭고기 볶음밥이었다. 서비스로 나온 피스코 사워라는 칵테일을 마셔봤다. 새콤달콤한 것이 식욕을 돋아 식전주로 마시기에 딱이었다. 오아시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데 맥주가 빠져서 되겠는가. 맥주 한 병씩 곁들이며 식사를 마쳤다. 오아시스의 비친 조명만으로도 충분한 야경이었다.


야경과 함께 먹은 오아시스의 저녁


 밤이 이미 차오른 오아시스 주변을 걸으며 와카치나의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사람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길거리 악사들의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흙바닥을 걸으며 노란 가로등이 비추는 와카치나의 밤은 신나고 활기가 넘쳤다. 한적했던 낮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해가 숨어든 사막의 저녁은 선선한 날씨가 걷기에 딱 좋았다. 밤을 밝히는 술집들로 왁자지껄한 오아시스의 밤을 지나쳐 산책을 마무리했다. 



여행지는 생각하게 한다

 

 숙소에 와서 칵테일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동행을 했던 젊은 여행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혼자 남미를 여행하는 여행객은 나이 때가 비슷하여 얘기도 잘 통했다. 혼자 여행하는 고충과 또 그만큼의 자유로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용감하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내게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여진다. 도전을 하기엔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잃어도 좋은 삶이란 없다. 보잘것없고,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청춘이라도 나름의 쌓아놓고 잃기 싫은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그에 못 미치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손에 쥘 게 많아진다. 돌이켜보며 이 나이 동안 무엇을 이루었나 싶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작게나마 이룬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작게는 학력, 자격증이나 언어 실력 아니면 관계들 혹은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열망. 아깝거나 더 갖고 싶거나, 결국은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것만 같다. 그렇기에 자유를 추구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은 빛이 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도전에는 희생이 요구된다.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한편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일상의 소중함도 포기해야 한다. 좋은 동행친구를 만나서 우리의 여행은 좀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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