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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스카프 Jul 27. 2021

#길

낯선 길에 대한 동경...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지나는 길

    내 키만한 가방을 업고 다니던 어린시절 나는 유난히 낯선 ‘길’을 동경했다. 동네 친구들과 콩닥콩닥 소꿉놀이를 하는 것 보다 보물찾기를 하듯 골목골목 얼굴을 들이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가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살던 동네는 이태원 중간 어디쯤으로 올라가는 언덕 길목에 있는 ‘보광동’이라는 곳이었는데 그곳엔 특별한 시장이 있었다. 그 시장은 항상 낮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가 초저녁즘엔 싹 사라져 버리는 비밀장소 같은 곳이었다. 그 시장의 이름은 ‘도깨비’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구청단속반을 피해 사라졌던 상인들이 금 새 모여 장을 열고 또 사라지고를 반복하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의 플리마켓 같은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그 당시 시장엔 단속반이 왜 떴을까 갑자기 궁금해지긴 한다. 


어릴 적부터 시작된 나의 낯선 ‘길’에 대한 동경은 점점 더 그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베트남을 시작해서 홍콩, 일본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미국과 아시아를.. 또 유럽을 오가며 앨리스의 토끼 아저씨를 찾아다녔다. 

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성 밖에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

2015년 오스트리아 잘즈부르크로 떠나는 날 아침 뮌헨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비를 퍼부어댔다. 뮌헨에서 이틀이나 묵었지만 정작 그 동네는 구경도 하지 못한 터라 내심 비를 핑계 삼아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찌 또 가방을 싸서 이곳에 다시 올까 생각하니 장대 같던 비가 보슬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빗속을 뚫고 유럽을 길을 달리는 차 창 밖으로 동화에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집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길을 나는 운전을 하며 달리고 있었다. 이 길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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