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월 하고 12일째 복동. 엄마에 대한 사랑이 정점을 찍었다. 화장실 가는 기색이 보이면 졸졸졸, 샤워하려고 문을 닫으면 똑똑똑. 닫아두면 남편이 달래줄 테지만 일부러 문을 열어두고 씻는다.
잔머리가 다 나와 엉망이 된 머리, 샤워 중인 엄마와 눈 맞춤을 하는 반짝이는 눈동자 두 개. 엄마가 벗어둔 옷을 얼굴에 썼다가 머리에 얹었다가 배에 둘렀다가, 입으라고 내미는 작은 손. 엄마옷 지지라 세탁기에 넣을 거예요 하면 세탁기에 옷을 휙 넣고 얌전스레 베란다 문을 닫고 들어올 때의 의기양양한 표정. 고집을 피우느라 오늘따라 절대 벗지 않는 토끼 슬리퍼.
오늘 저녁 복동이의 모습을 눈에 꼭꼭 담아 마음에 새긴다. 너의 네 살을 엄마가 기억해줄게. 엄마가 지금껏 살며 만난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바로 너야. 꼬리꼬리 먼지 묻은 발가락까지 이쁜 내 사람. 조그만 꼬마 복동이가 엄마에게 처음 느껴보는 행복을 선물해주고 있어.
엄마가 더 이상 너의 우주가 아니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단다. 세상엔 재미난 것들이 가득하니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엄마는 어쩐지 쓸쓸해지겠지. 오늘의 네 모습과 너를 보는 엄마의 마음을 잊게 되는 것이 싫어 이렇게 적어 둔다.
아가, 내 아가. 천천히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