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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성상회 Apr 02. 2020

아가, 천천히 자라거라.

37개월 하고 12일째 복동. 엄마에 대한 사랑이 정점을 찍었다. 화장실 가는 기색이 보이면 졸졸졸, 샤워하려고 문을 닫으면 똑똑똑. 닫아두면 남편이 달래줄 테지만 일부러 문을 열어두고 씻는다. 


잔머리가  나와 엉망이  머리, 샤워 중인 엄마와  맞춤을 하는 반짝이는 눈동자  개. 엄마가 벗어둔 옷을 얼굴에 썼다가 머리에 얹었다가 배에 둘렀다가, 입으라고 내미는 작은 손. 엄마옷 지지라 세탁기에 넣을 거예요 하면 세탁기에 옷을  넣고 얌전스레 베란다 문을 닫고 들어올 때의 의기양양한 표정. 고집을 피우느라 오늘따라 절대 벗지 않는 토끼 슬리퍼.


오늘 저녁 복동이의 모습을 눈에 꼭꼭 담아 마음에 새긴다. 너의  살을 엄마가 기억해줄게. 엄마가 지금껏 살며 만난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바로 너야. 꼬리꼬리 먼지 묻은 발가락까지 이쁜  사람. 조그만 꼬마 복동이가 엄마에게 처음 느껴보는 행복을 선물해주고 있어.


엄마가  이상 너의 우주가 아니게  날이 다가오고 있단다. 세상엔 재미난 것들이 가득하니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엄마는 어쩐지 쓸쓸해지겠지. 오늘의  모습과 너를 보는 엄마의 마음을 잊게 되는 것이 싫어 이렇게 적어 둔다. 


아가,  아가. 천천히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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