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싱어게인 시즌 3, 3화 중 유정석 - 질풍가도 무대 비평
1. '질풍가도'를 부른 유정석씨는, 힘들어하던 중에도 본인의 노래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는 쪽지를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괴로울 때에 그 쪽지들이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어 싱어게인에 지원했다고 한다. 유정석씨는 이 멘트 직후에 레트로한 창법을 그대로 간직한, 청량한 무대를 보여주었고, 무대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차지하며 2일만에 4백만뷰를 뚫는, 가히 질풍같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인기가 질풍가도 속 가사의 고전성에 기반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2. 질풍가도의 가사는 기본적으로 '거친 파도'와 '무거운 운명', '세상'에 굴하지 않고, '질풍 같은 용기'와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가겠다는 고전적인 내용이다.
3. 고전은 보편적이다. 그 내용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고전의 저자가 밟고 올라설 '거인의 어깨'는 없거나 낮았다. 그렇기에 반대급부로, 고전은 개별자가 겪었을 사연(특수성)보다는 누구나 한번쯤 시달렸을 삶의 근원(보편성)을 다룬다. 시련, 용기, 우정, 꿈, 희망. 결국 고전은 삶을 관통하는 지혜다. 누구나 공감하기 쉽다는 뜻이다.
4. 나아가 고전은 모방되고 재현되며 양적으로도 보편화된다. 표절과 오마주, 재창조(르네상스)를 거쳐 고전은 유비쿼터스에 가까워진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가사, 뻔하고 익숙한 내용, 기시감이 드는 전개는 결국 해당 분야의 고전을 참조한 결과다. 그리고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5. 질풍가도의 단순하고 익숙한 가사는, 청자의 논리와 이성에 선행하는 감정적인 충동을 유발한다. 청자는 이해에 앞서서 몰입한다. 이 노래는 나의 노래다. 나는 이 노래의 주인공이다. 우리의 청춘이 사라지고 젊음이 쇠하는 중에도, 나의 꿈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세상살이에 휘말려 삭아가지만, 내 가슴속 작은 반 페르시의 외침을 숨길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있던 '질풍같은 용기'를 한 번 더 떠올려내고야 만다. 그리고 이제 '희망'을 안고 달려가는 존재로 거듭난다. 그 희망은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겨질'만큼 깊고 강력하다. 그 희망조차 한때 나의 것이었음에, 나는 이제 나의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았다. 종래에 나는 세상에 다시 도전한다.
6. 노래라는 것은 결국 시의 암송이고, 시는 감정의 예술이다. 이러한 점에서 질풍가도를 고전이 아니라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7. 시지프스의 형벌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항상성에 있다. 시지프스는 실패할 것을 알고서도 돌을 밀어올린다. 도전한다. 실패한다. 반복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이와 같다. 삶의 아름다움 역시 항상성에 기반한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나에게 있었던 들끓는 용기와 희망을 되찾아, 각자의 운명에 당당히 저항한다.
8. 시대는 어둡고, 이를 밝혀줄 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유정석 씨의 질풍가도에, 꿈과 희망의 노래에 더욱 깊게 공명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무거운 운명'에 맞서 싸우는 모두를 위해, 다시 한 번 '질풍과도 같은 용기'가 주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