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에 대한 소고

우울할 때의 사고회로 비평

by 쿨럭쿨쿨럭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움츠러드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냈기 때문인지, 인간으로서 실격하였기 때문인지..저는 삶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르네상스는 증명합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 미화는 인류의 유구한 전통입니다. 나에게도 과거는 지나쳐온 순간이자 행복입니다. 그리고 미래는 더 이상 불확정성이 아니라 고통으로 가득한 고정된 관측값입니다. 나의 우주는 양자역학도, 다중우주나 평행우주론도 받아들이지 아니하므로 직선적입니다. 나의 세계에서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유일한 인과이므로, 나는 행복에서 고통으로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입니다. 나에게도 은하수가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 속에서, 거친 파도만이 몰아치는 행성은 꽤나 잔인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파도에 사람이 휩쓸리고, 사람이 나이를 먹고 영멸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내가 미래에 들끓는 고통에 허우적대는 것도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산다면 나는 죽어있는 것이겠습니다.


죽어있되 살아있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모순을 해결할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은 쓸(書)수 없습니다. 베네타마저도 죽음이 아니라 고통의 부존재를 긍정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삶은 근본적으로 모순이라 하겠습니다. 모순을 안고 가는 삶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삶의 목적과 과정의 불합치가 고통을 유발하고, 고통은 영원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버려야만 한다면, 희망을 버릴수밖에 없다면 그곳이 지옥일 따름입니다.


우울이라는 정서에 지배될 때, 상기한 사고방식이 흔히 나타나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황량하도록 슬픈 까닭은, 해당 사고에 내재된 수많은 논리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결함을 무시하고 기재된 내용을 반복해 떠올리고야 마는 우울의 정서와, 우울함을 강요하는 나의 상황과, 괴물이 되어가는 나에 대한 서글픈 마음 탓이겠지요. 해당 사고의 편협함과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고 추후에 참고할 수 있도록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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