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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 Jan 07. 2020

끼리끼리

새들도 끼리끼리 꽃들도 끼리끼리, 학교 길에 우리들도 끼리끼리 모여 간다. 

 걔들은 걔들끼리.                 


        

검찰청엔 검사와 직원이 있습니다. 직원은 일반직을 말합니다. 검사도 검찰공무원이지만 검찰직원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직위가 없는 평검사도 그냥 검사라 하고 검찰직원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내 방송도 “검사님들과 직원여러분은”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검찰청은 월례조회라는 것을 합니다. 1~2개월에 한 번씩 열립니다. 조회 때 앉는 자리는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지만 검사들이 앉는 자리와 일반직들이 앉는 자리는 자연스레 구분되어 있습니다.  

직원게시판과 검사게시판도 따로 따로 있습니다. 1주일에 한번 정해진 요일을 제외하고는 점심도 따로 먹습니다.      


숲속에는 멧새들이 모여모여 노래하고, 들길에는 들꽃들이 모여모여 함께 핀다.새들도 끼리끼리 꽃들도 끼리끼리, 학교 길에 우리들도 끼리끼리 모여 간다.
높은 하늘 구름들은 모여모여 비가 되고, 산골짜기 시냇물은 모여모여 강이 된다.구름도 끼리끼리 냇물도 끼리끼리, 운동장에 우리들도 끼리끼리 모여 논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김종상 작사 진동주 작곡의 끼리끼리라는 노래입니다. 노래가사를 보니 끼리끼리가 부정적인 단어는 아닌가봅니다.  새들도 끼리끼리 꽃들도 끼리끼리, 학교 길에 우리들도 끼리끼리 모여 간다. 노래가사가 참 예쁩니다.      


끼리끼리의 심리는 비슷한 느낌의 사람과 어울리려는 본능을 말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공통점이 없는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피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공감대가 있으면 급속하게 친밀해지는 것도 끼리끼리의 심리라고 합니다. 직업, 지위, 나이가 달라도 취미가 같으면 빨리 친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사실 검사와 수사관, 그리고 실무관, 행정관들 모두 서로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가 그렇게 된 것일 겁니다. 검찰청의 검사와 직원, 공감대는 없을까요.  

    

조직사회에서 끼리끼리는 사실 비효율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생성을 방해하고 폐쇄성이 짙어 현명한 판단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주식을 해본 적이 없어서 주식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주식투자클럽을 분석한 어느 책에서는 구성원들끼리 끈끈하게 얽힌 관계일수록 수익률이 낮다는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의견과 논쟁이 일상화된 투자클럽에서 오히려 높은 수익을 냈다는 것이지요.      


유교문화의 폐쇄적 신분사회에서 시작된 끼리끼리의 심리는 이제 의도적으로라도 경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사람끼리만 어울리면 편안할지는 모르나 조직은 죽어간다고 합니다. 다양성, 그리고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면서 편협화되고 경직된 조직으로 굳어간다는 것이지요. 끼리끼리 해먹으려다 몰락한 예전 모 대통령의 조직이 그 사례일 것입니다. 굳이 조직의 폐해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같이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끼리’. ‘걔들은 걔들끼리’, 어감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끼리끼리가 아닌 다 함께 가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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