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포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

확진자의 격리생활

by 익소라


격리 3일째 날이다.

한국은 보건소에서 직원이 약을 배달해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참 합리적인 방법이다. 싱가포르에서 어제 클리닉에 전화를 해보니 약이 필요할 정도면 병원에 나와서 PCR 검사를 받고 약을 처방받으라는 답을 들었다. 그냥 집에 있던 상비약으로 버틸 만 하기에 병원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구토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방법이 막막했다. 응급실을 가야 하나…. 응급실을 가더라도 가는 시간과 기다리는 과정과 병원 절차가 눈에 선하여 끔찍했다. 다시 누웠다.


구토 증상이 왜 일어날까 생각해봤다. 일상에서는 체기가 있을 때 나타나거나 감기가 심하면 가래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가래가 많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체했다? 어쩌면 마지막 두 숟가락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아플 때 꾸역꾸역 먹는 버릇이 있다. 탄산음료가 필요했지만 당장 집에는 한 캔도 없다는 것을 안다. 평소에 기피 음식으로 내가 우리 집안에 두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좀 전에 남편이 사다준 발포정 비타민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의 애용품이다. 출장 갈 때 필수품이었고 약국을 지나가도 한 두 개 미리 사는 버릇이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남편이 컵에 물을 따르고 커다란 알약을 넣어서 다 녹여 내 손에 쥐어 줄 때까지 스스로 먹는 일은 잘 없던 비타민이다. 일단 배가 부르고 혀를 쏘는 느낌은 콜라 같은 탄산수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잘 먹지 않을 정도였다.


물컵에 얼른 한 알을 넣고 녹였다. 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초 걸리지 않지만 급할 때는 그 몇 초도 길게 느껴진다. 이미 한 시간 정도 급체 증상을 참았고 구토 직전까지 간 상태라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벌컥벌컥 마셨다. 금방 트림이 나왔다. 사탕을 먹던 아이가 기도가 막힌 급박한 상황에서 등을 때려 사탕을 뺀 후의 양상과 너무 흡사했다. 그리고 나도 살았다. 편안하게 낮잠도 한 숨 잤다.


오늘은 격리생활에서 세 가지 생각을 해본다.

첫째, 세상의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것. 약과 탄산수에 대한 편견처럼 내가 열린 마음으로 사는 이가 아니었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둘째,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겠다. 구토 증상이 체기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조금 늦게나마 감지를 하였다. 마침 발포정 비타민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셋째, 가래 기침약까지 발포정으로 사다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뻔하다가 감사로 전환했다. 환자들은 알약을 삼키기도 힘이 들고 운동이 부족하니 소화불량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 앞으로는 발포정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될 것 같다.

다시 누워야겠다. 힘이 든다 한 편의 글 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