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의 격리생활
격리 1일 차이다.
이틀 전부터 무기력 증세가 나타났다. 밥도 하기 싫고 세탁기에 옷가지들을 넣는 일과 마른빨래를 걷는 동작도 그냥 하기 싫었다. 정신적인 권태 감인 줄로 여겼다. 집 안에서 재택근무를 2년째 하고 있는 남편과 큰아들의 뒷바라지에 적응한 줄 알았는데 나의 무의식이 반기를 밀어 올리는 것인가 했다. 그럴수록 의식은 더욱 의식적이어야 된다. 몸을 움직여서 정신을 가다듬기. 어제는 남편을 따라 조깅까지 하였다. 그래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내 몸에게 귀를 기울였다. 재채기를 가끔 하잖아 들리니? 싱가포르 날씨 25도가 춥게 느껴지지 않니? 열이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혹시 확진?
어제 진단키트로 검사를 두 번이나 했지만 음성을 알리는 한 줄만이 선명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엔 희미한 한 줄이 더 나타났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물과 해열제를 챙겨 들고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부엌이 나로 인하여 폐업을 했으니 주부가 아프면 먹는 것이 문제가 된다. 점심으로는 일본 라면이 배달되었다. 아플 때는 한국 라면이 더 먹고 싶다. 문 밖으로 남은 음식과 쓰레기를 내놓으며 아들에게 냉장고 안의 딸기를 씻어 달랬다. 친구가 갖다 준 것인데 입 안을 촉촉하고 향기롭게 바꿔주었다.
14년 전의 딸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대접해 드린 과일이다. 싱가포르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가서 암센터에 도착을 했는데 내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도 없고 한다한들 아버지가 드실 수 있는 음식도 별로 없었다. 말기 암환자로 누워 계시던 아버지가 딸기는 꽤 잘 드셨다. 딸기를 한 팩 더 사놓고 돌아오는데 내 발자국이 ‘불효녀’를 찍어 대며 따라왔다. 부모님과 멀리 있어서 자주 뵐 수 없다는 자체는 죄가 된다.
옆 방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거기 냉장고에 딸기가 있으니까 씻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잘 먹었다. 기분은 다 나았다. 딸기를 먹었으니까. 실은 약기운이 떨어지면서 다시 머리가 묵직해지고 코 안에서 머물던 콧물이 약간 흐른다. 딸기를 먹었으니까 잘 견뎌내기를 나에게 바란다.
2022년 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