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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타나 Sep 29. 2022

11.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언니의 바이올린





안네 소피 무터(Anne-Sophie Mutter). 1986년에 언니는 그녀의 연주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구입했다. 카라얀의 지휘 하에 모차르트의 콘체르토로 데뷔한 당시 그녀의 나이는 13세였고 그녀의 테이프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던 언니는 17세였다. 안네는 5세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독일인이고 언니는 13세부터 시작했다. 언니보다 어린 나이에 연주와 녹음을 한 안네의 음악을 들으며  언니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언니와 한 방을 쓰던 나는 안네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일 년 내내 듣고 지내야 했다. 언니의 대학교 입시곡이었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 듣고 숙제할 때도 듣고 심지어는 자면서도 듣다가 테이프가 다 돌아가 철컥하는 소리에 잠이 깨기도 했다. 지금처럼 자동 재생 기능이 없는 테이프 플레이어를 언니는 하루 종일 돌리고 돌렸다. 언니가 없는 나의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있으면 환청이 들렸다. 내가 그 곡을 다 외워서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몇 주전 한국을 다녀오기 위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들렀다. 공항의 곳곳에 스미고 있는 그 소리.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었다. 걸음이 멈춰졌다. 가슴에는 강한 전율이 일었고 출구를 찾던 감동이 목과 얼굴로 올라가 눈물샘으로 터져 나왔다. 악기 하나 보이지 않는 공항 터미널 내부가 마치 넓은 공연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참이나 서있었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연인과 이별하고 돌아가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공항이었다. 카타르시스다.


안네 소피 무터를 좋아했던 언니 그리고 나는 안네의 일기를 좋아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순간들을 기록한 안네처럼 나의 메모장은 빽빽하다.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시작하는  언니의 바이올린 이야기를 나는 한 줄 한 줄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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