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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타나 Sep 27. 2022

4. 바통과 활

언니의 바이올린




-준비~~~ 탕!

초등학생 여자부 육상 계주의 출발 총성이 울렸다. 시민 체육대회에서 학교 대표팀들의 경주가 시작되었다. 시민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과 시민들의 함성도 땅과 하늘을 울렸다. 나도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였다. 더구나 언니가 세 번째 주자로 대기를 하고 있던 터였다. 우리 학교는 여섯 팀 중에 4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음은 언니가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였다.


1980년대 시민체육대회는 초가을에 있었다. 아침저녁은 시원했고 낮에는 여름의 기온이 남아있어서 운동회를 열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초등학교 달리기 대표팀 선발은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잘하는 반 아이들 둘셋을 먼저 뽑았다. 방과 후에 반 대표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테스트를 했다. 언니는 얼떨결에 그 해의 학교 대표 이어달리기 선수가 되었던 것이다. 6학년이었다.


-와 와 달려라

날리는 머리카락이 한 올조차 없도록 언니는 꽁지머리로 말끔하게 묶었다. 바통을 이어받고는 만화 주인공처럼 날쌔게 달렸다. 한 명을 제치고 두 명까지 앞질렀다. 언니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운동장에서 연습을 한다고는 했지만 같은 학교라도 하교시간이 달라서 연습하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왼손으로 넘겨받은 바통을 달리면서 얼른 오른손으로 넘겼다. 새총에 당겨진 돌멩이 같이 날아갔다. 언니의 손에 쥐어져 앞뒤로 움직이는 빨간 바통도 잊을 수가 없다. 선두로 역전을 하고 마지막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며 우리 학교는 우승을 하게 되었다. 언니의 칭찬이 자자했고 나는 우쭐했다.


바통을 잡고 열심히 달리던 언니의 손과 팔은 바이올린 활을 잡았을 때도 같은 모습이었다. 열심이었고 최선을 다했다. 경쟁자가 생기거나 다른 사람을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도 앞만 보고 활을 그었다. 바이올린으로 넘겨받은 바통을 40년이 넘도록 잡고 언니는 바이올린 주자가 되어서 장거리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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