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프룻(Jack Fruit)

열대 우림의 시점

by 익소라




잭 프룻을 발견했다. 손바닥 길이만큼 자라 있었다. 이 열매가 다 자라면 두리안보다 훨씬 크다. 축구공 두 개를 붙여 놓은 크기라서 들지 못할 정도로 무겁다. 한 개를 통째로 사는 사람이 없을 만큼의 부피와 무게이다. 가게에서 껍질을 가르고 노랗게 익은 속 열매를 낱개로 뜯어 놓으면 손님들이 몇 조각씩 사들고 간다. 아주 향긋하다. 오독오독 씹는 맛도 기다리는 손님의 줄을 길게 만든다.


숲에 가면 잭 프룻뿐만 아니라 바나나 나무도 열매를 달고 있다. 손이 닿지 않아 원숭이가 부럽기도 하다. 폭탄 같은 두리안도 투하를 준비하고 람부탄과 망고스틴도 눈에 띈다. 사람이 닦아놓은 길로부터 정글 속으로 깊게 있어 볼 수는 있지만 내 손이 닿지는 못한다. 열매를 발견하게 되면 마치 내가 야생 동물이 된 것 마냥 눈이 반들거리지만 집적 따서 입에 넣은 적은 없다. 과일은 시장에 가서 사 먹는다. 싱가포르에서 판매되는 것은 모두 열대 과일조차 수입품이다.


싱가포르의 물가는 주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서 높다. 열대 과일을 기를 수 있는 일조량은 충분하지만 농사보다 더 값이 나가는 경제활동을 이들은 선택했다. 아버지가 떠올랐다. 1970년대 나의 놀이터와 유치원이 되어 주었던 과수원에서 아버지는 사과를 재배하셨다. 가을과 겨울의 지하 저장실에는 사과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나의 간식 창고도 되었던 그곳은 우리 집의 은행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더 값이 나가는 공산품과 인터넷 서비스의 시대로 급변하였다. 우리 집의 은행은 급속도로 비어 가고 있었다.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다. 새로운 방식들을 이제는 아이들에게 묻기도 한다. 한 가지의 기술로 평생을 버티기에는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아버지도 진즉에 새로운 일을 찾으셔야 했을까 이 시점에서 생각을 해본다. 열대 우림 안에서는 자연이 좋고 자유인이 된 것 마냥 걷다가 산을 내려와 아스팔트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대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켠다. 이러고 일주일을 살다가 눈이 피로해지면 다시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지난주보다 얼마나 더 자랐을까 잭 프룻을 확인하고 눈을 정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