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

열대우림의 시점

by 익소라


열대우림에서는 걷다가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울창한 숲에 가려진 하늘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무의 키가 궁금하여 머리를 뒤로 젖히고 올려다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에도 나무는 줄기와 잎을 뻗어 올린다. 나무에겐 일 년 내내 먹거리가 풍부하다. 거의 매일 잠깐씩 내리는 소나기로 충분한 물을 마시고 하루 종일 따끈한 햇빛을 먹고 영양분을 섭취한다.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나무는 작은 나무대로 잘 자란다. 사이사이로 덩굴 식물들이 엉기어 정글을 촘촘하게 엮어준다.


생장 속도가 빠르다. 성장이라고도 하는데 세포의 수가 많아져서 생물체의 크기가 커지거나 무게가 증가하는 것을 생장이라고도 한다. 나무는 언제까지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의 키는 이십 대 초반까지 자라고 나머지 인생을 그 키로 산다. 물론 노년기에는 줄어든다. 한국의 나무는 가을 겨울에 잎을 떨구고 동면에 든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그런 나무를 보며 나무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하던 일을 잠깐 멈추어 뒤를 돌아보고 봄에 새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한다며 사람의 일에 대입을 한다.


날씨 때문에 쉴 수도 없는 열대우림은 언제 생각을 할까. 땅을 보면 나무 아래에는 낙엽이 떨어져 있다. 나무의 잔가지들에는 새순이 돋고 있다. 한 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안고 산다. 오래된 나뭇잎을 버리는 동시에 생장을 한다. 나의 키도 이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루하루 생존에 필요한 밥을 끼니마다 먹고 있다. 나무처럼 죽는 날까지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중년의 나이는 사람들의 중간쯤에 서 있다. 윗 세대와 아랫세대의 사이. 아랫세대를 통하여 생활을 위한 신문물을 배운다. 앞으로 가야 할 윗세대는 두 갈래가 보인다. 노년이 되면 성인이 되거나 어린아이로 된다고들 한다. 그렇게 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어린아이가 되기는 쉽다. 자식이나 아랫사람에게 보채고 감정을 쏟아내어 기분을 처리하면 된다.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먹고 배불리 먹고 내 것을 챙기면 된다. 성인은 죽는 날까지 성장을 한다.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거칠지만 머리에는 연하고 밝은 새순을 피우고 뿌리는 점점 더 깊어진다. 쌓아두지 않고 버릴 것은 조용히 나무 아래로 떨군다. 어린아이가 내 안에서 설쳐댄다. 열대우림에서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