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우림의 시점
우림의 숲길 평지 끝에는 호수가 하나 있다.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낮은 곳으로 조금씩 흘러서 남쪽의 가장자리는 물꼬를 틀었다. 이 호수로 가는 초입에는 공룡 알 모양의 바위가 하나 있는데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다. 처음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 처음이 언제인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숲을 들락거린 지 벌써 십 년이 지났고 갓 나은 알처럼 매끈하였다는 첫인상을 기억할 뿐이다. 다만 화석처럼 색깔만 잿빛이었다. 이 바위를 나무줄기가 달라붙어서 뒤엉켜 있다.
나무는 바람에 나뭇잎을 떨면서도 자랐다. 아주 느린 생장 속도를 내 눈으로 감지하지는 못한다. 바위는 스콜의 바람에 부딪치고 소나기를 맞지만 얼마나 깎였는지 내 눈으로 측정해 내지 못한다. 눈을 뜨고 있는데 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문득 알아차리게 된다. 나무가 바위를 뒤덮고 있다는 것을. 이들은 처음과는 분명 다르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십 년에 걸쳐 나무와 바위가 변한 것처럼 나도 한 십 년에 걸쳐 조금씩 스스로의 변화를 느낀다. 뿌리를 내려야 할 줄기가 땅으로 향하는 길이 바위에 막혀 있어 나무처럼 절망을 했다. 바위를 옮길 힘은 없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나무는 바위를 안고 덮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바위를 지나서 땅을 찾은 줄기는 드디어 뿌리를 내리고 튼실해졌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낸 일이다.
이 땡볕 같은 삶에서 나도 처음과는 다르다. 아무도 몰라봐도 상관없다. 바위를 보고 있으면 심장을 보는 것 같다. 살아 있는 나무의 줄기는 바위에 퍼져 있는 힘줄이다. 바위가 지금은 살아서 쿵쿵 뛰는 거 같다. 걷고 있는 심장의 소리이다. 열대 우림이 나를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