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공항 Aug 14. 2024

퐈려한 줌조회

지난 주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서 1주일간 재택근무를 했다. 매일 아침 집에서 줌으로 아이들을 만났는데 침대에서 컴퓨터까지는 한 걸음, 줌에는 화장 기능이 있어서 눈꼽만 떼고도 바로 근무가 가능했다.


아이패드로 화면공유하는 법을 익히고 필요한 자료들을 모두 아이패드에 받아서 호기롭게 시작한 재택 첫 줌 조회는 윗집의 공사 소음으로 퐈려하게 막을 올렸다. 윗집에서는 공사를 안내해주려고 인터폰을 했지만, 이사와서 7년 동안 인터폰이라고는 써 본 적 없는 엄마와 나는 그게 인터폰 소리인 줄 모르고, 서로 참 이상한 음악을 듣는다 생각하고 넘기고 말았다.


줌 조회에 딱 맞게 시작된 윗집의 드릴소리에 줌 화면 속의 24명 아이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것이 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묻기 시작했고 나는 “얘들아 윗집이 왜 지금 공사를 하는걸까?”라는 말로 시작해서 황급히 전달할 내용만 속사포로 쏟아냈다.


그러다가 공사 소리가 안 들려서 “와 끝났나보다”하고 여유있게 할 것을 다 했는데 알고보니 엄마가 윗집에 뛰어 올라가셔서 30분만 뒤에 공사를 시작해달라고 하신 것. 어머님 높으신 은혜 끝이 없다 진짜. (수업 영상 녹화하는 동안 조용히 있어야하는 미션도 한 번 수행하심..)


간간이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던 날도 있었지만 별 무리 없이 5일간의 종례를 마무리한다 싶었는데, 오늘 어떤 어린이가 채팅창에 ‘선생님 그런데 눈썹이 분리돼 보여요.’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내 눈에는 멀쩡해 보였으나 접속 환경이 불안했던 일부 어린이들 눈에는 줌 필터의 눈썹이 내 얼굴과 분리되어 보였던 모양....


하아아아... 다음 재택일에는 눈썹까지는 그려야겠다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얻으며 줌 종례를 마무리하였다. 어린이 여러분 다음 주에 또 만나요오오오~ (2020.12.19.)

이전 18화 소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