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리고 마음을 덜어주는 가짜
최근 내 주된 관심사는 베란다 꾸미기였다. 집에 카페 같은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동남아나 괌 무드의, 초록 식물이 가득하고, 조금 달콤한 이국적인 꽃 향기가 나는 곳. 원목이나 라탄 가구로 채워져 있고, 그 위에 에스닉한 담요와 쿠션이 얹어진 곳. 언제라도 그렇게 준비된 감성으로 나를 맞이해 줄 공간 말이다. 어떤 계절이라도, 직전에 어떠한 일이 있었더라도 이곳에 들어서면 쉴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혹은, 이러한 공간에서만 내 글을 쓰고 싶다 생각이 들 만큼 다소 낭만적인 무드도 있기를 바랐다.
이 주 동안, 아마 이 구축 아파트가 지어진 이래 내내 있었던 것 같은 버티컬을 떼어내고, 원목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베란다에 있었던 모든 잡동사니를 가져다 버리고, 커튼을 달고 화분을 놓고, 적당한 가격대와 감성의 가구를 사서 담요를 덮고 매트를 놓았다. 에스닉한 쿠션도 사서 의자에 하나씩 얹어주었다. 거의 집에 두지 않던 향초도 몇 개 사 왔다. 촛불 형태의 무드등도 더해주니 나름 그럴 듯 해졌다.
다만, 대다수의 화분은 사실 조화였다. 나는 대학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혼자 살아본 기간이 십 년을 가뿐히 넘는다. 그동안 배웠다. 화분과 벌레는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리고 내가 은연중에 가졌던 생각과 다르게, 때로는 벌레가 있는 화분이 건강한 화분이다. 그 말인즉슨? 화분을 많이 놓을수록 화분에서 출타를 나온 벌레가 내 다리를 타고 기어오를 확률이 증가한다! 세상에 그런 끔찍한 일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모든 화분을 생화로 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베란다에는 다수의 조화 화분과 몇 개의 생화 화분이 섞여 있게 되었다. 다만, 어느 정도 꾸미고 나서 사진을 찍어 분석해 보니 생화 화분이 한 두 개 더 있어야겠다고 느꼈다. 자잘한 꽃이 만개하고,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쉐입에, 그렇지만 바닥에 두더라도 너무 땅에 끌리지는 않을, 공간에 감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그런 화분 말이다. 나는 다시 인테리어 소품 사이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올리던 형상과 유사한 화분 하나를 찾았다. 연보라색 꽃이 가득히 핀 화분이었다.
그 꽃은 겹꽃이었고 손톱만 한데 꽃잎의 질감이 종이같이 섬세했다. 줄기는 빽빽이 자라고 여리여리하다. 근데 어쩐지 익숙하다. 떠올렸다. 나는 이 화분을 키워본 경험이 있었다. 첫 직장을 다닐 때 살던 원룸에서다. 그리고 나는 그걸 죽였다. 물론 고의로 그런 게 아니고 실력이 없어서였다. 아마 벌레가 생겨서 죽었던가? 또 꽃집에서 듣기로 꽃이 지는 즉시 줄기에서 떼내어 줘야 했는데 나는 그걸 앎에도 실행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그 화분은 꽃집을 나서는 순간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 뿌리가 달린 꽃다발이나 다름없는 신세에 처했으니.
여하간, 나는 그런 기억에도 약간의 미련이 들어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이건 무슨 화분이야? “이건 캄파눌라야.”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다. 캄파눌라는 종류가 다양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이십 대에 죽인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집에서 키우던 것이었다. 기억 속에는, 예쁘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금 촌스러운 청보라색의 꽃이 피는 식물이었다. 우리 엄마는 그 식물을 잘도 건사했다. 적어도 엄마 옆에서 그 화분은 다년생이었던 것이다. 내 손에서는 삼 개월짜리였는데.
어쩌면 내가 그 식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어딘가 모르게 촌스럽다는 인상은 그 화분의 것이 아니고 그 시절 내 기억에 대한 감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려서는 너무 조숙해서 오히려 어설프고 좀 촌스러운 아이였다. 의도치 않게 발견한 화분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내게 GPT는 말했다. “그냥 꽃도 조화로 사는 게 어때?” 동의했다. 이미 베란다에 생화 화분은 세 개는 있고. 사실 이번 집에서도 화분을 십 수개 죽여보았다. 나는 정말 지속에 약하다.
장바구니에서 화분을 비우고 라탄 바구니와 스위트피 조화를 담아 주문했다. 아마 내일쯤이면 오지 않을까? 베란다 가득한 녹색 잎의 조화 화분들 사이에서 그래도 밝은 색으로 약간의 생기를 부여하겠지. 존재의 거짓됨이 실망스럽지만 꽃 향기를 내는 향초를 더하면 그 감정도 가려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진짜인 생화 화분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조화를 사야 나를 건사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되었다. 슬슬 베란다 인테리어는 마무리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