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이 없다는 느낌
최근에야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내게 고향이 없다는 것이다. 고향은 무엇일까? 태어난 동네? 마음으로 원하는 동네? 아니면 내가 고향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동네?
나는 어디를 고향으로 삼아야 할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에 여섯 살에 이사를 가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은 수원에서 졸업한 뒤에, 첫 직장을 안양에서 구했다가, 이년 반 만에 지금의 직장이 있는 대전 지역으로 왔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은 따지자면 고양시이다. 그다음은 대전인데, 그러면, 만약 내가 지금 사는 대전에서 몇 년을 더 살면 그 후로는 고향이 대전이 되는가?
이 고민을 왜 하게 되었냐면, 만약 내가 현 직장을 그만둔다면 내게 남는 것이 무언가를 계산하다가 떠올리게 되었다. 만약 현 직장을 벗어난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태어난 서울? 오래 산 고양시? 쾌적했던 안양? 아니면… 수도권은 아니지만 나름 살기에는 나쁘지 않은 대전을 그대로 고향으로 삼을까?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 보니, 여러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그럼 퇴사하면 어디로 가실 거예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 질문에서 턱 막히고 말았는데, ‘그대로 대전에 있을 거예요.’라고 대답하면, ‘그럴 거면 회사 다니시지 왜 그만두세요?’라고 질문을 받을 것 같고, ‘대전이 좋아서요.’라고 추가로 답변을 하면, ‘하지만 수도권에서 자라셨잖아요? 수도권에 지인이라든지 없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 같아서다. 사실 나는 어느 지역에서도 닻을 내릴 만한 인연 같은 건 만들지 못했다. 내가 연락을 끊으면, 상대방 쪽에서도 어련히 잊어버릴 그런 수준의 관계뿐이다.
나는 이러한 내실 없음을 들키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주변에 사람이 적은 것도, 스마트폰에 등록된 연락처의 수도, 회식자리에서 앉아있는 것을 고문처럼 느끼는 것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내심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내가 ‘어딜 갈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 걸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내 속이 텅 비어버렸음을 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은 어딜 가든 혼자이기 때문에 어디에 가든 상관은 없을 수도 있다. 여러 지역을 염두에 두고 이사를 생각해 보았더니, 역시나, 나를 그 지역에 고정할 정도의 인연을 가진 존재는 부모님 뿐이다. 그래서 고양시를 최종 후보로 정했다. 대전을 뜨게 된다면 갈 도시. 다만, 거창하게 ‘유전자를 남기는 것’ 따위가 아니라, 그저 사회에서 날개를 펼치고 여기저기서 예쁨 받는 자식을 상상하는 것이 부모가 아닐까 싶어 그런 점에서는 부모님께 조금 죄스럽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웃사이더예요. 그 어디에도 제 고향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