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Home with Kinfolk>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 세계 사람들은 전에 없던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강조되는 개인위생 수칙, 급격하게 변화된 학업과 근무 환경, 일상화된 거리두기 등 평범한 하루를 되찾기 위해 온 지구가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한편, 외부 활동이 이전만큼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늘어난 집에서의 생활은 더욱 소중한 시간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집이야말로 나와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킨포크 도산에서 지난 7월 20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 <At Home with Kinfolk>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변화된 일상, 더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두에게 타임리스한 에스테틱과 현대적 실용성을 겸비하였던 프렌치 모더니즘(French Modernism) 대표 디자이너 4명의 작품들을 통해 영감 넘치는 주거공간 컨셉을 소개한다.
한편, 전시를 기획하고 주최한 킨포크는 2011년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설립되었으며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매거진을 통해 개인의 가치와 삶의 질을 탐구하는 킨포크는 홈, 일, 디자인, 그리고 여행, 패션, 문화 등 독자들에게 삶의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도록 에너지와 커뮤니티 의식을 심어 준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 ‘삶의 소박한 즐거움slow life movement’을 추구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전개해온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매거진이 아닌, 킨포크의 새로운 체험형 전시 시리즈 중 첫 번째 전시회로서 대한민국 서울 중심의 킨포크 도산에서 열리는 것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들이 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글자로 읽는 것이 아닌, 직접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킨포크가 이번에 선보이는 ‘프렌치 모더니즘’이란, 1920년대부터 1950년대에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들이 모여 세계의 변화(산업혁명, 1⋅2차 세계대전의 영향 등)와 함께 수립한 새로운 형태의 언어체계를 뜻한다. 프랑스의 건축가들은 건축과 삶의 모양에서 실질적인 쓰임과 변화를 도모하여 이를 디자인으로 연결시켰다. 자연과 조화 그리고 황금비에 의거한 건축 그리고 실용성. 당시 프랑스의 산업사회와 전쟁 후 산업혁명에 의한 철재 등의 신소재 및 대량 생산의 가능성과 더불어 자유와 안정을 꿈꾸던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디자인이다.
그 당시 함께 성행했던 바우하우스 이념은 장식을 버리는 동시에 의미 전달을 위한 가독성과 단순한 형태와 비례를 통한 디자인을 추구하였고, 머신 에이지를 맞아 산업 재질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산업 생산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바우하우스가 산업 생산에 치중해 기능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한 반면 프렌치 모던은 바우하우스가 놓친 디테일을 추가하여 미감을 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시 공간은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 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인도주의적인 접근과 진보적인 건축 사상에 따른 디자인을 실행했던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1896~1967), 1920, 30년대 남성 지배적인 프랑스의 디자인 업계에서 유리천정을 뚫고 가장 성공한 여성 디자이너로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생활의 예술’을 일관되게 추구한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 1903~1999), 기능적이며 고전적인 직선미를 추구한 엔지니어적 디자이너로 독보적인 장 프루베(Jean Prouvé, 1901~1984) 등 오늘날까지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거실Living Room, 다이닝 공간Dining Room, 다실Korea Tea Room, 서재Library Corner로 나뉘는 공간은 생전에도 서로의 재능을 보완하며 협업을 하곤 했던 건축가 4인이 마치 본 전시를 위해 다시 한번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펼치는 듯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전시 공간은 빈트갤러리 박혜원 대표의 큐레이팅, 양태오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그리고 킨포크와 협업을 통해 저마다의 미감을 선사한다. 거실은 부드러운 벨벳으로 만들어진 소파 세트를 중심으로 실용적인 데스크, 커미티 체어 그리고 데이베드가 함께 놓여진 홈오피스 거실을 제안한다. 이 곳은 프렌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4명의 가구가 한데 모여, 자연스러운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좋은 다이닝 공간에 대한 물음 아래 전시는 벽난로 앞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을 제안한다. 피에르 잔느레의 체어는 넉넉한 사이즈의 다이닝 테이블과 페어링 되어 있어, 더욱 캐주얼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다이닝 테이블을 바라보며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와 샬롯 페리앙이 함께 설계한 부엌 유닛은 금방이라도 이곳에서 음식과 차가 준비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옛부터 한국의 선조들은 차를 통해,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초월하는 평온함과 휴식을 취했다. 이러한 휴식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킨포크는 소담한 한식 방에서 전통 좌식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실 공간이 선보인다. ‘미니멀하고 평범함 속의 아름다움이 위대한 것이다.’ 라는 피에르 잔느레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구들은 이와 일맥상통하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며 더 큰 빛을 발하는 듯하다.
서재 공간은 뛰어난 조형미와 소재의 조화 그리고 희소성으로 이번 전시 중 눈여겨보아야 할 피스 중 하나인 피에르 잔느레의 매거진 랙이 함께 한다. 매거진 랙 앞으로는 잔느레의 데이베드, 크로스 이지체어 그리고 장 프루베의 커피 테이블과 코르뷔지에의 라운지 체어까지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의자들을 모두 배치하여 편히 앉고 때로는 비스듬히 누워 독서에 빠질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이처럼 전시는 프렌치 모더니즘 디자이너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집에서의 생활을 깊이 있게 선보인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닌, 진정한 휴식과 정서적 안정감 그리고 아름다운 생활을 제공하는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 이를 통해 사람들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생활을 돌아보고, 새롭게 계획하고, 일상의 여유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전시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진행한 태오양 스튜디오 양태오 디자이너가 집의 의미 그리고 큐레이팅 방향에 대한 물음에 답했다.
Q. <At Home with Kinfolk>는 제목 그대로 ‘집’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연스럽게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데,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양태오 집은 가장 편하고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이나 다른 사람의 판단에 흔들릴 필요 없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나만의 아름다운 미학을 발견하는 정말 특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만의 공간을 가꿔나가며 나 스스로도 발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이 집이다.
Q. 태오양 스튜디오는 디자인을 통해 주로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해왔다. 반면 프렌치 모더니즘 대표 건축가의 작품을 활용한 공간 큐레이팅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했는지 궁금하다.
양태오 좋은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은 나라를 불문하고 일맥상통하는 면이 참 많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사랑방에 머문 선비들이 학문적 소양과 사람들과 만남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존중의 마음을 담아 기물과 가구를 만들어 왔던 것처럼, 프렌치 모던 가구의 본질에도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프렌치 모더니스트들의 깊은 고민과 마음이 담겨있다. 좋은 의도와 동시대성이 담겨있는 디자인은 시간의 테스트에 지거나 다른 문화와 믹스매치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At Home with Kinfolk>
기간: 2020.07.20~2020.08.31(예정)
장소: 킨포크 도산
운영 시간: 10:00~18:00 (회차별 관람)
관람 시간: 총 80분
가격: 15,000원 (음료 및 쿠키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