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PHARMACY: 식물로 삶을 치유하는 방법>전
갈수록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연일 이슈가 되는 정치인의 막말,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충격적인 기사, 그리고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각종 장치를 동원하는 광고까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온갖 콘텐츠는 우리의 신경을 자극한다.
자극적이지 못하면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에 지난 6월 13일부터 오는 6월 28일까지 동탄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 <GREEN PHARMACY: 식물로 삶을 치유하는 방법>에는 우리를 혼란스럽고, 정신 사납고, 복잡하게 만드는 그 어떠한 콘텐츠도 없다. 대신 전시는 푸른 식물을 통해 관람객의 거칠어진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전시 참여 작가 김원정, 권지연은 성별, 세대, 정치, 종교 등 다양한 갈등이 만연하고 거듭 심화되는 환경문제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순간을 선물하기 위한 식물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틸란드시아, 아레카야자, 여인초, 스투키, 알로카시아 등은 플랜테리어를 생각하는 순간 함께 떠오르는 식물들이다. 햇빛이 적은 실내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식물로 인테리어를 한 공간을 방문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종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이러한 종의 식물이 가득한 상상 속 이미지를 품고 전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웬걸.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 풍선에 주렁주렁 달려 천장을 부유하는 ‘상추’들이 가장 선봉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상추들의 정체는 바로 식물을 매개로 작업을 진행하는 김원정 작가의 작품이다. 그리고 이 상추들은 우리가 쌈 싸 먹기 위해 접하는 상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풍선에 매달리거나 배에 타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작고 푸른 식물은 ‘생각할 상 想, 뽑을 추 抽’의 한자로 이루어진 ‘상추’이며, 이들은 우리 안의 상념과 고민을 멀리 떠나보내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밭에서 상추를 뽑아 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내는 행위가 즉, 우리의 상념을 뽑아 하늘에 멀리 떠나보내는, ‘영영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여행’이라 생각한 것이다.
권지연 작가는 ‘Urban Oasis’를 주제로 작업을 펼친다. 특히, 그는 관람객에게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의 반복에 덧없이 흘러가고 있는 오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오늘을 기억할 것’을 제안한다. 현대인의 삶은 거친 돌과 뜨거운 모래가 가득한 사막과 같지만, 작가는 그 황량한 사막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잡초를 바라본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작은 생명을 통해 느끼는 오늘의 아름다움, 오아시스 옆에 있는 비현실적인 산록에서 느끼는 오늘의 아름다움, 산록 앞에 난 폭신폭신한 작은 오솔길을 걸으며 느끼는 오늘의 아름다움. 그는 말한다.
잠시 멈춰 들여다보는 매일의 아름다움에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이처럼 전시실을 가득 채운 식물 속을 거닐다 보면, 작가가 관람객에게 전하는 진정성 담긴 위로의 마음이 깊이 느껴진다. 우리를 둘러싼 자극을 벗어나 일상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지금 전시를 찾아 치유의 순간을 경험해보자.
장소 | 동탄아트스페이스(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134 동탄복합문화센터 1층)
기간 | 2019.6.13~6.28.
관람시간 | 09:30 -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