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 Jul 01. 2024

노란색 하나면 충분해! THE ART OF YELLOW

노란종이 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한 B.D. Graft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전시장 외부 전경 | ©Studio Parenthèse

비정형의 노란색 패턴, 노란색으로 가려진 익명의 군중 사진.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모습의 파사드로 한적한 성수동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가 있다. 바로 지난 6월 2일부터 오는 7월 31일까지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에서 열리는 B.D. Graft(비디 그라프트)의 개인전 <THE ART OF YELLOW>가 그것으로,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B.D. Graft의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총 60여 점 이상을 선보인다.  

암스테르담 작업실의 B.D. Graft | ©Studio Parenthèse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이 젊은 독일 작가는 ‘노란색’을 활용해 비주얼적으로 상당히 감각적인 작업을 그려낸다. 주로 누렇게 변색된 헌책, 빈티지 엽서 위에 규정할 수 없는 형태의 노란 종이 조각을 붙여 만든 콜라주 작업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빠르게 유명세를 얻었으며 지금은 아트 신 외에도 패션 신에서도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8년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도시 구석구석의 좋은 미술관, 아름다운 건물,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공원들까지 일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으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B.D. Graft_Pink Flowers_223.3x31.6cm | ©Studio Parenthèse
B.D. Graft_Pool_10x14.3cm | ©Studio Parenthèse
B.D. Graft_Taxi3_23.5x30cm | ©Studio Parenthèse
제 작품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날들을 좀 환하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B.D. Graft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은, 우리 삶에 그저 작은 미소가 되길 바라는 그의 바람은, 즉 노란색을 닮았다. 그가 생각하는 노란색은 위험이나 열정을 즉각적으로 연상시키는 빨강, 다소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검정에 비해 중립적이며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시 전경 | ©Studio Parenthèse
전시 전경 | ©Studio Parenthèse

이처럼 B.D. Graft는 예술을 통해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창작 활동을 할 때면 그날이 조금 더 환해진다는 그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B.D. Graft_Yellow Plant | ©Studio Parenthèse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종의 테라피 같은 작품 외에도 그의 작업에는 감각적인 비주얼 이상의 풍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향한 질문, 심지어 히틀러에 대한 비판까지. 

B.D. Graft_CP | ©Studio Parenthèse
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 
(ㅐ노란색을 더하면 내 것이 될까요?)
-B.D. Graft

‘Add Yellow’ 프로젝트는 B.D. Graft를 상징하는 콜라주 프로젝트인 동시에, 예술 작업의 주체와 소유권에 대한 작가의 주요한 물음이다. “내가 무언가를 덧입혀 누군가의 작업물에 변형을 가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 누구의 소유인지 판가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한가?” 이는 우리가 SNS에서 서로의 게시물을 리포스팅하고 큐레이션 하는 현상을 바라보며 떠오른 그의 의문이다. 특히, 타인의 작품을 ‘편집’하거나 ‘변형’ 또는 ‘개입’을 가하는 것 역시 창작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오늘날, B.D. Graft 역시 기존에 존재하던 창작물 위에 자신의 노란 종이 조각을 붙여 ‘개입’한 콜라주 작업으로 창작과 소유가 무엇인지 세련된 시각적 이미지로 질문을 던진다.

B.D. Graft_MK | ©Studio Parenthèse
B.D. Graft_MK-1_12.2x18.6cm | ©Studio Parenthèse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Mein Kampf(나의 투쟁)>으로 만든 <MK>시리즈 역시 흥미롭다. “젊은 시절 미술가를 꿈꾸기도 했던 히틀러는 고전 화풍에 집착한 나머지 일체의 모던 아트를 혐오했다. 1937년에는 뮌헨에서 <퇴폐미술전>을 열고 칸딘스키, 클레, 에른스트 등 거의 모든 당대 작가들의 작품을 퇴폐 미술로 낙인찍어 지하실에 처박거나 불태웠다. 그의 자서전 <Mein Kampf>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금서’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문제적인 책으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거래는 물론 소유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일종의 상징적인 오브제다. 


B.D. Graft의 <MK>시리즈는, 암스테르담의 한 고서점에서 <Mein Kampf>의 1936년 출간본을 구입한 후 마음껏 찢어 콜라주 시리즈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모던 아트를 혐오한 히틀러와 나치의 상징을 유쾌하게 또 하나의 ‘모던 아트’로 만들어버린 B.D. Graft 역시 독일인이라는 사실도 이 작품에 의미를 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히틀러의 자서전과 <MK>시리즈를 함께 설치해 아티스트의 창작 의도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리즈 전시 전경 | ©Studio Parenthèse
히틀러와 나치는 현대미술을 싫어했지, 그렇다면 그들에게 현대미술로 어떻게 한 방 먹일까?’ 하고 생각했죠. 말 그대로 그들의 책에 ‘현대미술을 붙여 넣은’ 거예요. 증오로 가득한 히틀러의 말들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서.
-B.D. Graft
시리즈 전시 전경 | ©Studio Parenthèse

전시장 내 유일한 설치 작품인 <Yellow Chair>는 디자인사 혹은 의자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관람객이라면 어딘가 익숙한 의자의 형태에 눈길이 갈 것이다. 본 작품은 20세기 디자인사를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가 1918년 디자인한 ‘Red Blue Chair(적청의자)’에 대한 오마주다. 


Red Blue Chair를 통해 게리트 리트벨트는 ‘단순한 형태와 명쾌한 구조’라는 네덜란드 데 스틸De Stijl 운동의 예술적 이상을 뚜렷하게 제시한 동시에 “데스틸의 또 다른 주요 멤버인 피에트 몬드리안 그림의 조형적인 요소를 차용해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입혔고, 디자인 도면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즉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는’ 가구로 만들었다. 타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참조해 당대 새로운 미학적 관점을 제시한 리트벨트의 의자를 보며 B.D. Graft는 자신의 예술적 방법론과 부합하는 점을 발견했고, 거기에 노란색을” 입혀 게리트 리트벨트에 대한 존경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낸 것이다.

원작자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매번 그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원작과 원작자의 존재를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종종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로 ‘Add Yellow’프로젝트를 활용합니다. 만약 제가 피카소 작품에 노란색을 더한다면 그건 “피카소, 당신 작품은 내 거야.”라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제가 사랑하는 피카소의 예술에 저만의 현대적인 해석을 담고 싶은 거죠.
-B.D. Graft 
B.D. Graft_Crowd_ 2019_paper and acrylic collage_84.1 x 118.9 cm | ©Studio Parenthèse

오리지널 아트워크 외에도 일상의 고요함에서 발견한 영감을 담아내는 라이프 패션 브랜드 뮤트뮤즈MUTEMUSE와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작업, 노란 스티커를 활용해 자신만의 ‘Add Yellow’를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 아트숍 등 자신만의 샛노란 유머와 감각으로 B.D. Graft는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관람객이 자신만의 ‘Add Yellow’ 프로젝트를 만들어 볼 수 있다. | ©Kunhee Lee
관람객들의  ‘Add Yellow’ | ©Kunhee Lee

전시는 오는 7월 31일 끝나지만, 하나의 색으로 다층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Add Yellow’ 프로젝트는 인스타그램 계정 @addyellow에서 계속해서 만날 수 있으니 B.D. Graft가 앞으로 그려나갈 세계가 궁금하다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아트숍 | ©Studio Parenthèse
B.D. Graft | ©Studio Parenthèse

<THE ART OF YELLOW>

장소: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서울 성동구 서울숲6길 19)

기간: 2019.06.02~07.31.

관람시간: 11:00 ~ 21:00

매거진의 이전글 밴드 잔나비 앨범 커버의 바로 그 작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