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ㅍㅌ : 서울풍경>전
셰어하우스, 협소주택 등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주거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 60%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고 하니 아직은 병풍처럼 높이 솟은 주거 건축물을 향한 한국인의 애정이 굳건해 보인다. 특히,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는 서울의 콘크리트 풍경은 사람들의 아파트 선호 현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난 10월 30일부터 오는 11월 24일까지 연남장에서 열리는 전시 <ㅇㅍㅌ : 서울풍경>은 우리의 일상을 담고 있는 공간, 아파트를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바라본다. 도시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아파트를 대한민국의 수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축물로 재정의한 것. 더 나아가 전시는 서울 시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했던 콘크리트 숲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아파트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지 질문한다.
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한 이번 전시는 사진과 작품들이 관람객과 함께 어우러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건축 코디네이터 아키베어, 미디어 아티스트팀 셔터, 사진작가 신병곤, 일러스트레이터 홍성우, 미디어 아티스트 안용진, 비주얼 아티스트 이지은 등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아파트를 감성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재창조하거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평하며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전시 작품들은 최소한의 설명과 함께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표현 가능성의 세계를 펼쳐온 작가 안용진은 전시 초입의 작품 ‘숲’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아파트를 바라본다. 그는 서울을 빽빽하게 채웠던 콘크리트 숲을 해체한 후 환상적이고 눈부신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이어지는 작품 ‘PIXEL’에서 사진작가 신병곤은 미디어 안의 최소 구성단위인 픽셀에 아파트 풍경을 채워 넣는다. 픽셀로 치환되어 공간에 부유하던 아파트 조각은 셔더&아키베어의 ‘서울풍경’과 비주얼 아티스트 이지은 작가의 ‘창’으로 다시금 확장되며 관람객을 감성적인 시간으로 안내한다.
‘서울풍경’이 실제 서울 이미지를 바탕으로 비현실적 감각을 전한다면, 홍성우 작가의 ‘아파트의 어떤 시간’ 속 3D 모델링·렌더링으로 생성된 가상의 아파트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실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빛을 받으며 묵묵하게 서 있는 가상의 건축물은 현실의 그것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외에도 전시장 중앙에 자리 잡은 ‘거실, 나의 방, 화장실 시리즈’는 일상적인 공간들이 미디어와 만나 익숙한 듯 낯선 공간이 된다. 특히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연출된 화장실 시리즈는 나만의 가장 은밀한 사적 공간이 관람객들이 들어가 사진을 찍으며 즐길 수 있는 공적 공간으로 변모하는 현상을 통해 아파트의 이중적 의미를 되뇌게 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소재로 다루는 예술 작품과 전시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여전히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획일적인 콘크리트 덩어리’, ‘욕망과 소비의 상징’,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 건축의 산물’ 등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본 전시 역시 도시 주변 환경의 맥락은 고려하지 않고 더 높이 더 많이 모인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아파트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여 작가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매일 일어나는 아파트를 따뜻한 감성과 환상적인 분위기가 스민 공간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그저 빛을 받아 그림자가 지는 아파트 본연의 모습 그 자체를 그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다채롭게 해석된 아파트 풍경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아파트란 진정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
<ㅇㅍㅌ : 서울풍경>
일시 | 2019.10.30.(수)-11.24.(일)
관람시간 | 월-일/공휴일 10am-7pm
장소 | 연남장(서울 서대문구 연희로5길 22 지하1층)
문의 | haastudio@archibe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