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아버지의 고집은
생존이다.
엄마의 고집은
희생이다.
어린 녀석의 고집은
욕구다.
다 큰 녀석의 고집은
철없음이다.
아내의 고집은
배려다.
나의 고집은
미안함이다.
그리고 또 나의 고집은
물음표다.
아침에 어머니는 밤새 방에서 본 용변 통을 혼자 치우려다 화장실에서 넘어지셨다. 여기저기 핏자국과 나의 걱정스러운 말들이 요란했다.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내가 치운다고 했잖아."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늘게 떨고 있는 어머님을 일으켜 변기에 앉혀드리고 피가 나는 곳을 찾았다. 임시 치료를 하고 침대에 누운 어머니의 표정은 미안함이다. 앞마당을 나가보니 매일 자기 일을 하는 멋진 일출이 보였다. 아내가 깨기 전 쓰레기 분리수거와 화장실에 대기 중인 빨래 거리를 세탁기에 넣어 놓고 일출 앞에서 긴 숨을 뿜어냈다. 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