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디 신혼부부의 일상
신랑이 해외파견을 나간 지 4개월이 되었다. 몇 주 전 휴가로 왔다간 며칠을 빼면 올해 봄 이후로는 대부분의 일상을 함께하지 못했다. 작년 11월에 결혼 후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반은 함께했고 반은 떨어져 보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건설업은 현장 경험이 중요하단다. 그리고 현재 나가 있는 사업팀에서는 지속적으로 그의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이 함께 갈 수는 없는 곳이었다.
다행히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편이므로 (비록 대부분의 시간을 수면상태로 보낸다고 해도) 그는 그런 나를 믿고 파견을 갈 수 있었다.
어떤 특정한 자리에서 신랑을 필요로 해준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체 불가한 자리, 신랑이 꼭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 그런 생각으로 그가 못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도, 나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고생은 신랑이 더 많이 하겠지만) 나는 특별히 우울하다거나 못 견디게 허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퇴근 후 몸과 맘이 지친 어느 날에,
혼자 밥을 챙겨먹으며 이런 생각에 마음이 아려올 때가 있다.
식탁에 앉아 남편과 밥 한 끼를 함께할 수 있다면..
오늘 하루의 고단함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 혼자 대충 밑반찬을 꺼내 끼니를 때우고
스마트폰으로 시시콜콜한 연예기사를 뒤적거리며 회사생활의 피곤함을 달랠 때
그런 생각이 불쑥 찾아오고야 만다.
그럴 땐 (남들이 부러워하는)유부녀의 자유로움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가 없음으로 하여 굳이 특별한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어 좋지만,
그를 마주 보고 앉아 농담을 던지고 깔깔거릴 수 있다면 하루의 피로가 날아갔을 것이다.
밥을 차리고 준비하는 수고로움도 별거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의 현장 경험이 그의 이력에 보탬이 되어 나중에 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또 안전하지 않은 해외에서 고생을 더 한다는 명목으로 월급을 더 받을지는 몰라도,
'바로 지금' 남편과 이 작은 식탁에 단둘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밥 한 끼 할 수 있다면
그러한 보상이 아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괜시리 외로운 것 같다.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이 시간 뒤에 무언가 거창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하고. 묻게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