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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Jul 25. 2016

떨어져도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줘

'잘될거같아' 와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사이에서

 8월에 전공관련 자격증 1차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시험이 두려운 건 고3 수험생이나, 30대 직장인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환갑이 되어도 시험은 시험일 것이다. 이미 한 차례 필기시험을 미루었던 지라, 왠지 이번에 또 미루면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듯이 직장을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틈틈히 공부를 한다는 건 상당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난 그리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잘하는 게 있다면 '포기하는 것'?  (더 솔직해지면 나 자신이 한심해질 것 같으니 여기까지.)

  

 시험을 꼭 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3월부터 였는데, 어영부영 지내다보니 어느새 시험일이 한달도 안남았다. 기출문제집은 아직 3분의1도 안풀었지만, 심적 부담은 고시생 수준이다. 어제는 공부를 한답시고 집앞 카페에서 4시간을 앉아있었다. 누군가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랬는데, 글쎄...난 엉덩이로 무엇을 한 것일까.


집에 돌아와 해외에 있는 남편과 영상 통화를 하는데, 남편이 공부 잘 되어가느냐고 묻는다.

물론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나 시험 떨어져도 괜찮지?' 라고 물었다.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 왈, "붙어야지.벌써 1년 미룬거잖아" (1년까진 아닌데 ㅠㅡㅠ)

나       "근데, 떨어져도 큰일 안나지 않아?"

남편    "음...근데 왠지 넌 합격할 거 같아."

나       "아니 근데, 만약에 합격안해도 괜찮긴 하지?"

남편    "근데 왠지 넌 합격할거 같아. 1차는 합격률도 높다며." (알아..안다구!!)


'하아...여보..나 떨어져도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안되겠니..'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치를 시험에 대해 떨어져도 된다고 하건 말건, 그게 내 시험 합격여부와 무관하다는 것을. 그리고, 신랑이 돌림노래처럼 말한 '넌 왠지 합격할 거 같아.' 라는 말의 의도가 내게 자신감을 복돋워주려고 하는 것이란 것도. 그리고 난 신랑이 어떻게 말을 하든 내 방식대로 공부를 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저 난, 마음의 부담을 덜고 싶었던 것 같다.


똑같이 공부를 한다고 해도,

'난 붙어야만 해. 이거 떨어지면 진짜 한심한 거야.' 가 아니라,

'떨어져도 괜찮아. 별거 아냐. 그래도 하는데까지는 해보자.' 의 마인드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인드가 나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고 내심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1차 필기시험은 합격률도 높다는데)

불합격했을 때의 나의 멘탈....지켜주고 싶다. 정말.



하지만, 신랑은

내가 또 쉽게 포기해버릴까봐, 미뤄버릴까봐 불안했던 것일까?


좀처럼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나 떨어져도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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