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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Nov 16. 2020

우리는 모두 관심을 먹고 자란다

100일을 갓 넘긴 아가는 타인의 존재를 알아간다. 옆에 앉아 지켜봐주면 즐겁게 놀다가도 엄마가 없으면 칭얼댄다. 술래잡기처럼 함께하는 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모빌을 보며 발차기를 할 뿐인데도 말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것은 좋은 느낌인 게 확실하다. 아이는 그렇게 타인의 관심을 먹으며 자란다. 모두가 그렇게 자라났다.


 어른이 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을 필요로 한다. 많은 행위의 동기에는 언제나 타인의 관심이 있다. 옷에 신경을 쓰는 것이나 폼나는 자동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잘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아무도 만날 일이 없다면 굳이 자가용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종자’라는 신조어가 있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특이한 행동이나 과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줄여서 ‘관종’이라 말하는데, ‘너 관종이야?’는 보통 비꼬는 표현이다. 관심을 갈구하는 모습은 이처럼 빈정을 사기도 하는 탓에 많은 사람들은 행동을 할 때 혹시 관심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검열을 한다. 타인을 의식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을 얻는 데에 실패할 확률을 높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정도가 과해서 자해를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관심을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행위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어야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와 상관없이 심리적으로 혼자라고 느끼거나 소외되었다고 느끼면 우울해진다. 지켜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모빌을 보던 아기가 우는 것처럼 어른의 마음도 울게 된다.


 많은 심리적 문제가 ‘인정’과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도 그렇다. 그런데 인정과 사랑은 곧 관심의 연장선상이 아니던가. 지켜봐주고 알아주는 타인이 없으면 몇일 밥을 굶은 육체처럼 마음은 공허해진다.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다가 실패하면 마음의 병이 생겨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가치료책이 있다. <인간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누구나 반드시 겪게 되는, 나는 혼자라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바로 이 자아에게 돌아가 나 자신을 달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관심에 대한 갈망을 자아가 해결할 수 있다. 바깥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자아가 성숙한만큼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자아’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건강한 관심과 인정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타인의 관심을 얻으려고 무리해서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가 옆에서 아기를 지켜봐주는 것처럼 내가 나를 따뜻하게 지켜봐줄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이 타인이다. 단단한 자아는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된다. 다른 이들과 적절히 인정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채워간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살린다.


혹시 지금 허전한 마음을 타인의 관심으로 채우려고 한다면 자아를 길러내는 것부터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일보 <삶과 문화>란에 11월 11일 자로 실린 칼럼입니다.

요즘은 매체로 인해 더 많이, 더 넓게 타인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을 기웃거리게 되기도 하고요. 우리는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게 되지요.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지 않으면 탈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울려 살아가며 서로서로 관심과 인정을 주고받아야 하겠지만 그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주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타인에게 받고 싶어하는 그런 관심을요.




작가, 상담심리사 김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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