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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Feb 15. 2022

'금쪽이'가 남얘기 같지 않다고요

육아상담프로에 울고웃는 어른의 마음


 


육아상담 프로그램을 보며 눈물이 나는 어른들

육아상담 프로그램을 보며 울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미혼이지만 꼭 챙겨서 본다는 친구도 있다. 양육자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 이입이 되는 것이다. 상담이 진행되며 아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기도 한다니 인상적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다양한 곳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내 주변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혹시 당신도 육아상담 프로그램을 보며 공감하는 이상으로 마음이 이입 되는가. 만약 격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면 그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격한 감정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면은 어른이 되지 못한 이유

어른의 모습을 갖추기는 쉽다. 세월이 흐르면 신체는 성장해 있고, 때가 되면 사회에 나와 성인

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 완벽히 적응한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때로 무방비상태로 취약한 어린아이가 되어버리고 마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게다가 어렸을 때 생긴 상처나 결핍이 너무 깊다면 불쑥불쑥 원치않게 감정에 압도되어 버린다. 육아프로그램을 보며 마음이 동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내면에는 어린아이를 한명씩 데리고 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아이(inner child)’라고도 하고 아이자아(child ego)’라고도 한다.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핵심은 어렸을 때의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준다는 점과,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어린시절에 상처 한 번 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어떤 경험은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내면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한다. 상처받은 아이, 그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이다. 트라우마는 일상을 가로 막는다. 자신을 지나치게 방어하게 만들어 경험을 제한시킨다. 우리 삶의 본질은 불확실성인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높아진다. 경험이 제한되고 불안이 높아 자꾸만 위축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상처받은 내면을 회복시킬까

그렇다면 상처받은 어린아이는 어떻게 다시 성장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하나다. 통과하는 것. 그 상처를 다시 마주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로 비유하자면 그 아이가 그 당시 겪어야 했던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게 하고 또 상처를 공감하면서 필요한 돌봄을 줘야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단계로 건너갈 수 있다. 가벼운 작업은 아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안에는 어린 자아만 있는게 아닌 ‘부모자아’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치유와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시절에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 때문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아프게 남아있는 A의 사례를 보자. 작은 잘못에도 어머니가 회초리를 들거나 날카로운 말을 쏟아낼 때마다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때의 마음을 다시 온전히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 이해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이다. “많이 아팠지? 많이 무서웠지? 그래, 존중받지 못하는 건 정말 아픈 일이야.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은 정말 두렵고 괴로워. 넌 그 경험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 부단히 애쓰며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말을 직접 소리내어 해줘도 좋고 마음속으로 되뇌어도 좋다. 내면의 아이에게 절실한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기처럼 글로 써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해주다보면 아픈 경험으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져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듯 우리가 해줘야 할 일은 공감과 위로이다. 만약 육아상담프로그램을 보며 ‘그래. 엄마가 나를 잘못키워서 내가 이렇게 된거야’라고 자신의 상처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건 나를 나아지게 할 수 없다.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결국엔 내가 나를 돌보아야 한다. 


행복한 내면아이와의 동행을 위하여

희망적인 것은 누구에게나 그 아이를 돌볼 힘이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부모자아’는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따뜻하게 지켜줄 수 있다.


정리해보자면, 육아프로그램을 보며 어떤식으로든 감정이 크게 동요할 때, 그건 ‘나 좀 살펴봐주세요’라는 신호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위안받는 것으로 그칠 수 있겠지만, 이제 당신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당신 스스로가 마음을 돌보아주는 것. 그 것을 통해 더욱 안정되고 편안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을 살펴보자. 돌봄 받기를 원하는 아픈 아이가 있지는 않은지. 외로워하고 아파하는 아이를 방치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고. 부디, 행복한 내면아이와 동행하는 삶이기를 바란다. 



위 글은 롯데카드 블로그에도 업로드 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lottecard_blog/222638056045


유튜브 채널 <마음 돌보는 심리수업>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IPS1otc2hDr3fbySVoA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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