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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Sep 16. 2016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를 다 써버린 그대에게

불안을 다루는 몇가지 팁


불안은 위험에 미리 대비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걱정이 많고 불안이 높은 사람일 수록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고, 두려운 상황과 맞닥들이지 않기 위해 위험상황을 피해갈테니 순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늘 과도한 게 문제다. 걱정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리거나,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면 브레이크를 걸어야할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해서 항상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는 사고방식 또한 정신을 지치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과도한 불안을 줄여나갈 수 있을까.

이름붙이기 그리고 살피기

 나는 청소년기에 감수성이 예민했던 탓인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다. 내 기분을 민감하게 느끼고, 감정변화를 지켜보기도 했다. '불안해'라는 말을 자주 썼던 건 그만큼 내 마음에 민감하게 귀기울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중에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건, '불안해'라고 내 감정을 표현했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기특하게도. 그리고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던 것 또한 잘한 일이었다. 이는 실제로 심리학에서 치료책으로 제안하기도 하는데  '감정라벨링'과  '메타무드'라는 개념이다.


감정라벨링(Affect Labeling) - '정서명명하기'라고도 하는데 자기가 느끼는 정서를 언어화 하는 것이다. 즉,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 이름을 붙여주는 것. 심리학자 매튜 리버먼은 이러한 감정라벨링이 감정정화에 효과적이라고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는 특히 더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메타무드 -행동을 취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서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하는 것


감정을 살피는 것은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컨트롤러를 쥘 수 있는 첫 단계이다. 주체할 수 없이 화가났었던 때를 기억해보자. 그때는 분노를 멈추기가 힘들고 무조건 돌진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다. 왜냐면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화가난 그 자체이며, '나=분노'상태이니 당연히 통제가 안된다. 하지만 내 감정을 인지할 수 있게 되면, 그 감정에 대해 한발짝 물러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통제력을 잡은 셈이다. 격한감정을 나와 분리시키기만 해도 통제가 가능해진다. 그 분리는 감정을 인지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현재 내 위치를 알아야 어느쪽으로 뱃머리를 돌릴지도 판단할 수 있으니까. 물론, 처음은 어렵지만 한두번 시도해보면 습관처럼 자동적으로 인지가 가능해진다. 흔히들 말하는, 부부싸움할 때  3분간 침묵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잠깐이라도 자신의 기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관찰자가 되면, 감정은 어느정도 사그라든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에 벌벌떨고 있기 보다는, 마음을 살피고 '아, 또 내가 불안해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가라앉힐 수 있다.


전두엽은 뇌의 CEO역할을 한다.  이마쪽 전두엽이 활성화 될 수록 감정조절력 및 집중력도 높다./ 출처 KBS 시사기획 창.


감정에 이름붙이기는 브레이크 페달 역할을 한다.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먼은 뇌영상 촬영을 통해 감정라벨링이 뇌에서 조절,통제능력을 담당하는 부위(전전두엽)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부분이 활성화가 되면 감정적 인간에서 이성적 인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전두엽이 그런 통제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라벨링이 어느정도 가능해지면, 좀 더 디테일하게 붙여보는 것을 추천한다. 똑같은 감정이라도 감정의 수준을 감지하는 것이다.  '분노 상,중,하'로 구분해도 되고,  '분노끝판왕 상태야'와 같이 자기만의 표현을 써도 된다.' 화가나긴 했지만 통제하지 못할정도는 아니야' '난 지금 우울지수 70%야. 혼자있는 게 좋을 것 같아.'와 같이 스스로 어느정도인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용어는 상관없다.  ' 불안경보, 불안주의보' 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너무 불안해서 손에 땀이 난 상태야' 처럼 감정과 함께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좋다. 그러다보면, 아, 이정도의 불안은 잘 극복했던 경험이 있었지? 하고 넘길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세심하게 라벨링을 하다보면, 조절할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신체근육처럼 마음근육도 단련이 되면 점점 나아질 수 있다.


회피는 불안을 가중시킬 뿐

 이와 같이 감정을 디테일하게 살펴보는 것은 그 감정을 모른체 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정서를 살펴보는 것이, 그 정서를 가중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전의 부정적인 경험을 기억할 때 구체적으로 기억하기 보다는 뭉뚱그려서 기억한다. (Ex.지난주 월요일 출근길에 집앞 사거리에서 갑자기 차가 끼어들어 화가났다. -> 출근길에 끼어든 차량에 화가났다.)  이를 자서전적 기억의 과일반화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추상적이고 일반적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정보로 처리하는 것이 감정완화에 도움이 된다.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를 회피하면, 단기적으로는 정서가 누그러지는듯 하나, 정서에 대한 정보처리가 되지 않고 감정은 계속 유지된다. 


인생전체를 시험에 임하는 기분으로 있을 수는 없다. 불안감은 신체를 각성시키고 이 각성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조절도 잘한다.

감정표현을 '잘'한다는 것은, 감정을 숨기지않고 무조건 표출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떻게'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위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름을 붙일 줄 알게 되면, 대인관계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인간에서 불안과 분노를 경험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건 그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무조건 '빡쳐, 짜증나' 라고 하거나,  상대에 대한 원망이나 다그치기만 한다면 그 사건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분노의 감정또한 그 뿌리가 불안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불안을 표현하지 않고, 덮어두고 화만 내면 상대를 자극시켜서 더 화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면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문제는 감정을 통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있다.
-프레스코트 레키 <자기의 일관성> 중에서-



최악의 상황만 상상하는 당신,

불안한 뇌를 키우지 말아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가? 가족이 잠깐 연락이 안되었을뿐인데 '사고가 났으면 어떡하지?', 친구가 바빠서 약속을 거절한 것인데 '저 친구가 나를 싫어하나? 나를 소외시키면 어떡하지?'하는 식으로 일단 부정적인 쪽으로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하여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는 것을 심리용어로 '파국화'라고 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심리적문제를 촉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인지적 오류중에 하나로 파국화를 꼽았다. 우리가 순식간에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습관은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부정적인 일만을 생각하다보면, 뇌는 부정적인 일을 기대하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일종의 관성인 셈이다. 가던 길만 가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두려움의 큰 문제는 뇌가 항상 부정적인 일을 기대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일을 찾는 데 주의를 집중한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데에 습관이 되있으면, 불안한 뇌는 계속해서 자라난다. 그리고 늘 각성상태로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소모되어 쉽게 피로해진다. 365일이 면접대기시간이고 24시간이 시험직전의 기분이라고 상상해보라. 계속 긴장해있으면, 몸은 쉴 틈이 없다.


사건->최악의 상황 예측 의 패턴을 깨야한다. 부정적인 길로 가는 뇌의 관성을 긍정적인 길로 전환하는 것이다. 뇌가 새로운 패턴을 학습하려면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건에 맞닥들였을 때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다. 의식적인 시도가 반복되면 무의식적인 뇌 속에 통합되어 긍정적인 패턴이 생성된다.  몇몇 연구자들은 '7의 법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학습이 일어나려면 최소 일곱번의 의식적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패턴을 더 강하게 만들려면 그만큼 반복을 많이하면 될 것이다. 하버드 의과대 정신과 교수 스리니바산 필레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려움을 체념하고 견디며 사는데, 생각을 통해 새로운 연상을 형성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부정적인 일을 찾는데 주의를 집중한다. 두려움이 강한 감정인만큼 더 쉽게 집중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기의 얼굴도 그만큼 주의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두려운 주제에 주의를 기울이느냐 긍정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걱정거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긍정적이고 기분좋은 일에도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기분좋은 일에 주의를 붙들어두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뇌는 그 패턴에 익숙해질 것이다. 


백번 걱정하기 보다는 일단 행동하기.

생각이 많으면 몸이 무겁고, 몸이 무거우면 걱정이 많아진다. 백번 걱정하기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것이 상황을 완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시도하지 않고 앉아서 걱정만 할 때보다, 일단 시도했을 때에 생각보다 무섭지 않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겁을 먹고 있다가, 막상 부딪혔을 때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는 '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의 저자로 잘 알려진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침착할 때는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울수록 생각하는 양과 시간이 늘어난다. 


그리고 생각하는 양과 시간이 늘어날 수록 불안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걱정이 많다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좀 괜찮아질 때가 있다 . 그럴 때는 혼자있고 싶었던 마음이 나쁜 유혹이라는 생각도 든다.  달리기를 하는 것도 기분을 좋게만드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경우도 많으니, 일단 움직여보는 것도 괜찬은 방법이겠다.


감정은 어차피 계속해서 변화한다. 짜릿한 행복감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누그러지는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다. 불안도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불쾌한 감정이 내 안에 자리잡지 않고,  흘러가게 허락해주자. 부정적인 감정이 나 자신이 되게 내버려 두지 말고, 막힘없이  잘 지나가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행복감이 찾아올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테니까.


나만큼은 나 자신의 감정을 속일 수 없다. 

그만큼 자신의 불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도 자신뿐이라는 걸 기억하시길.




참고자료 및 도서

한국일보 ' 혹시, 나? 매번 전전긍긍한다면 둔감력이 필요해.'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모건 스콧 펙 '그리고 저 너머에'

스리니바산 S. 필레이 '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관'

문요한의 에너지 플러스 7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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