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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Dec 31. 2016

송구영신의 짧은 글

2016년 바이바이

이제, 새 다이어리를 써야겠다. 지난달에 구비해둔 연녹색의 것을 꺼내 든다.

11월, 두꺼운 코트를 막 꺼내입을 때 즈음, 서점과 카페에는 이미 새해 다이어리가 비치되기 시작한다.

'새 것'인 것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다이어리를 갖는 것은 좋지만, 열달만에 한살 더 먹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1년이 열두달밖에 안되는데 두달이나 빨리 맞는 새해의 기분이란.


성탄이나 연말의 분위기에 들뜨는 건 서른이 넘어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성탄이나 새해를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오 이런, 한 해가 벌써 갔단 말인가.'하는 허무에 가까운 놀라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놀랄 수 있으면 좋겠다. 무뎌지는게 가장 슬프니까.


시간을 한 주 단위로 묶어서 생각 하게 된다. 어떤 주는 빨라서 어느새 금요일이 되어있었고, 어떤 주는 목요일인줄 알았다가, 화요일밖에 되지 않아 낙담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어떤 때는 빠르게, 어떤 때는 느리게 시간이 흘렀다. 결국, 평균을 내어보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한 해가 제 속도로 지나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억울할 것도 없다. 나만 불공평하게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니고.


아마도 지난 삼십여년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딱 365일만큼의 세월이 나를 스쳤을 것이다. 그리고,

 2016년의 365일은 기쁨과 지난함의 콜라보였다.


새옹지마랄지 호사다마랄지, 마치 인생의 지리한 지혜를 내게 새겨주려는 것처럼. 그렇게 기쁜일 뒤에 슬픈 일이, 아픈 일 뒤에는 또 감사한 일이 순서대로 일어났다. 그런 일들에 기뻐하며 슬퍼하며 지내다보니 어느새 새해 앞에 서있다.


새해에 바람이 있다면, 에너지를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일만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면  에너지가 내 안에서 소멸하는 것 같다. 어차피 희,비극이 랜덤으로 펼쳐지는 인생사, 내 인생만 있는 것처럼 유난떨지말아야 겠다. 마음이 더 넉넉해져서 주위에 눈과 귀를 기울이며 살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성숙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하여간, 올 한해도 부지런히 보냈다.

스스로 내 어깨를 다독이며, 또다른 챕터로 건너가야지..





올 한 해 모두들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에도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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