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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무의미한 공회전

가짜 노동과 진짜 노동

오늘의 문장은 알쓸별잡에서 김상욱 교수님이 추천했던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아네르스 포그 옌센의 『가짜 노동』(이수영 옮김, 자음과모음, 2022)에서 가져왔습니다.

어도비는 매년 8만 시간을 허비했던 시스템 하나를 하루 아침에 폐기했다. 누군가 드디어 그 시간이 가짜 노동으로 채워졌음을 깨달은 것이다. 어느 간부는 이를 '영혼 파괴적'이라고 묘사했다. 어도비는 기존의 업무 평가 시스템을 폐기하고 직원들과의 코칭 및 대화 시간을 도입했다. 아무 성과도 낳지 못하던 시스템 하나에 전 세계 지부에서 200만 시간을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딜로이트도, 어도비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조직이, 도저히 직원을 믿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여전히 그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_「무의미에도 멈추지 않는 공회전」 중에서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 않은데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


제가 일을 처리하는 순서입니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각각 다른 분야에 있다 보면 전환 속도가 빠르고 정확해야 일상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2023년 이 우선순위는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그 증거가 아직도 2층 서가에 바코드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것입니다. 전에는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도 했을 텐데, 그냥 하지 않는 중입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을 '중요하지만, 하기 귀찮은 일'로 분류해 버린 것이지요.


내년이 청룡의 해라는 걸 보고, '토끼처럼 2023년을 건너 뛰고 청룡처럼 비상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나사 하나가 풀린 게 확실합니다. 지난 8월 무렵에 정신을 차리고 풀어진 나사를 하나씩 조이는 중입니다. 그래도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 복귀한 많은 지구인들이 저와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니 위로가 됩니다. 2년 다녀온 군대도 전역하고 나면 사회 적응 시간이 필요한데, 3년을 팬데믹에서 살았으니 일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나사를 조이다 보니 저에게도 '가짜 노동 시간'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청룡처럼 비상하기 위해서라도 이 가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줄일 것입니다. 희동이(준서 동생) 태어나면 모든 시간을 쥐어 짜내야 하니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신생아 아빠 하는 법 다 까먹은 거 같아요. 아마 머리로 육아를 한 게 아니라 몸이 육아한 거라 생각이 안 나는 거 같습니다.


정확하게 한 달 남았네요. 출산 준비하러 들어가는 시간, 아주 잠시 이산가족 되는 시간이.

문학의 밤, 청소년은 마감까지 10일(23일 마감), 어린이는 보름(28일) 남았습니다. 모쪼록 좋은 기회 붙잡으시길, 용기 내시길 바랍니다:)

내일은 오후 2시에 개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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