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바쁜 일주일
안녕하세요.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입니다.
당신의 한주는 어떠했는지 조금 궁금합니다.
저는 조금 아팠습니다.
그리고 많이 바빴습니다.
일주일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정도로 바쁘고 아팠습니다.
칭다오에는 교보문고가 진출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교보에서 지분을 투자한 현지 법인이 있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겠네요. 지금까지는 핫트랙스(굿즈, 음반) 위주의 매장과 K-POP 중심의 일을 진행했다면, 이제 책을 포함한 문화적인 일들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라딘 US처럼 온라인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고, 회사 안에 교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도 만들 예정입니다. 자세한 건 아무래도 회사에서 먼저 발표해야 하니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갑자기 교보문고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하셨죠. 월요일은 유일하게 온전히 쉬는 날이지만, 교보문고 차이나 대표님께서 도서관을 먼저 방문해 주시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시내에 있는 교보문고 차이나 회사에 방문했습니다. 대표님과 기획팀장님과 디자인팀장님과 만나서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간략하게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단체방을 만들어 생각나는 기획이 있을 때마다 알려드리고,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교보문고 차이나에는 한국 문화나 책에 대해 전문성을 지닌 분이 안 계시고(저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는 기획은 있는데 추진력에 한계(자본과 능력의 한계)가 있어서 아쉬웠는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 좋습니다. 우선 한중수교 30주년이란 것을 생각하며 기획을 추진해 나가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한 건 한국인이 사랑한 중국 작가, 중국인이 사랑한 한국 작가전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작가를 어떻게 추진할지는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교보문고 차이나에 청도 출판그룹이 지분을 투자했는데, 중국은 각 지역 출판사가 있고, 국가 소속입니다. 지원이 엄청나겠죠. 청도 출판그룹은 산둥성 내 신화서점 61개를 가지고 있어서 출판과 유통을 모두 겸비하고 있죠. 미식과 역사 그리고 바둑과 아동서적으로 유명합니다.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해서 교보문고 차이나와 청도 출판그룹도 한국 책 판권 구매를 원해서 문학동네와 연결해 드렸습니다. 미식하니 테이스트북스가 생각나서 cp 팀 한민아 차장님을 통해 저작권 팀과 연결해 드렸는데, 좋은 계약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준 시인과 김한나 작가님의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 등도 추천해 드렸습니다. 판권 계약이 되어도 중국 서점에서 한국책 번역본은 찾기 어려웠지만,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저도 좋아하는 책 중국어 번역본 서점에서 보고 싶습니다.
아픈 이야기로 시작해서 왜 이렇게 바쁜 이야기만 하는 건지, 책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주책이 됩니다. 지금은 다 회복되었다는 말이고요.
해외에서 아프면, 그것도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아프면 정말 서러워요. 교민들과 도서관 개관은 교민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기절할 정도로 아프지 않으면 갑자기 문을 닫진 않으려고 해요. 혹 공지를 못 보고 먼 곳에서 왔다가 그냥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참 바보 같죠.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성격이니까요. 교보문고 차이나에 방문한 날 눈이 왔는데, 눈 좀 맞았더니 감기에 걸렸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칭다오시 청양구에는 왕진을 하는 한국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도서관에서 링거를 맞으며 업무를 보고, 한국에서 때마침 도착한 상비약(배송 두 달 걸림)을 먹었더니 감기는 5일 만에 회복되었어요. 주변에서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홍삼부터 비타민까지 몸에 좋은 건 다 먹었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감기에 걸리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이곳은 그래도 한국보단 상황이 훨씬 좋습니다. 마스크 없이 일상을 누릴 정도로 칭다오는 안전하지만, 코로나는 항상 시한폭탄 같으니 조심해야겠죠. 이번 주까지도 계속 바빠서 편지를 세 번에 걸쳐 쓰게 되네요.
어제 교보문고 차이나에 문학동네 출판 그룹 책 중에서 판권 계약할 만한 책들을 추려서 제안서를 보내드렸습니다. 책 좋아하는 덕후가 판권 계약하는 제안서를 드리게 되었으니 성공한 덕후라고 해도 되겠죠. 이번 주 부터 영사관과 함께 진행하는 선거를 부탁해 홍보 영상 공모전도 시작했습니다. 정말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두서없이 근황만 말씀드렸습니다.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라 온전히 쉬려고 노력 중이고, 화요일부터 일주일이 시작됩니다. 화요일에는 심야 독서모임이, 수요일에는 글쓰기 모임 수작이, 목요일에는 시 낭독 모임이, 금요일에는 가끔씩 원데이 클래스가 진행되고, 토요일에는 지금은 방학 중이지만 어린이 북클럽이 있고, 일요일에는 청소년 북클럽으로 모입니다. 제 일주일은 이렇게 책과 더불어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다음 편지에는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려드릴게요.
개인적으로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공적으로는 복에 복을 더하는 삶을 사는 중입니다. 일복이 제대로 터진 거 같아요. 참고로 저는 워커 홀릭이랍니다.
어딘가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을
당신의 일주일은 안녕하셨나요? 우리 아프지 말고 행복해요.
부디 안녕했길 바랄게요. 그리고 안녕하길 바랍니다.그럼 안녕.
p.s – 아프고 나니 어찌나 개운하던지요. 아픔은 어쩌면 비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별이 새로운 사랑을 위한 비움이듯이.
-임인년 첫 달, 열아홉 번째 날,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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