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정말 오랜만에 안부를 전합니다.
지난 2월 초, 연휴가 끝나고부터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도서관 특성상 연휴가 끝나면, 이용하시는 분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됩니다. 하루에 100명 가까운 교민들을 맞이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교보문고 차이나에서 하시는 일을 듣고, 황도에 있는 매장도 방문했습니다(황도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훨씬 전입니다). 온라인 매장과 문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교보문고 차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입니다.
저는 한글학교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2월 중순부터 한글학교 개학 준비를 하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완성하고, 선생님들과 회의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한글학교는 평생독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첫 단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북클럽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어린이 독자가 청소년 독자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고, 이번에 청소년 인문고전 살롱이라는 중학교생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북클럽을 하나 더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북클럽 소란과 교민들의 여러 북클럽과도 연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저에게 유일한 재능이 있다면 '최악에 대비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언제나 '최악'을 생각합니다. 아주 오래된 습관입니다. 황도라는 곳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을 때, 도서관 방역 조치를 강화시켰습니다. 사실상 3주 전부터 도서관에서 머무는 일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고, 현재는 '봉쇄' 직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청도시 래서라는 지역이 봉쇄되었고, 가까운 위해(웨이하이) 역시 봉쇄되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은 지금은 구 공항이 된 류팅공항 근처인 청양입니다. 칭다오에 온 적이 있는 분이라면 저희 동네에 와 보신 것입니다. 아무튼, 청양에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난 주말에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모든 사람들이 핵산 검사를 받았습니다. 코로나 제로 정책은 코로나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 뒤에 오는 조치들이 무섭습니다. 어제 오후 6시부터 매장 내 식사가 금지되었고, 아파트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었습니다. 이미 한국 노선은 끊겼고(항공편 내 5명 이상 확진자가 있으면 2주간 운항 정지하는 정책), 육로 역시 청도 차량은 톨게이트에서 막는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상 봉쇄가 된 거죠. 이곳에 있는 이들 모두 단지 내 봉쇄도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통제하겠다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봉쇄해 버리거든요. 그래서 저도 식량을 미리 챙겨놓았습니다.
대략 이런 상황입니다. 제가 책도 제대로 못 볼만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도서관에 계속 출근해서 교민들에게 책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코로나 초창기에 도서관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서 봉쇄되는 바람에 이동식 도서관인 황금마차를 운영했습니다. 이제 '황금 포차'로 무인 반납과 바로 드림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2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 준비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아쉬운 상황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안부를 전한다고 두서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은 아니지만, 어떤 아픔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듭니다. 이번이 3차전입니다. 2020년 1월이 1차전이었고, 2021년 1월이 2차전, 그리고 지금이 3차전입니다. 우리 이방인들도 '맷집'이란 게 생겼고, '노하우'라는 게 생겨서 답답하지만 덤덤하게 이겨내는 중입니다.
오늘 정신없는 안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시즌 2와 황금마차 이야기, 그리고 '청소년 문학의 밤' 이야기와 근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어디에 계시나요?
그곳은 안전한지요?
부디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2022년, 머릿속까지 하얗게 되는 화이트데이.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