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 (6) 통계 유감

통계 유감_숫자에 가려진 고통에 대하여

이틀에 한 번 핵산 검사를 받는 직업군이 있다. 오늘 문득 그들의 고통을 생각보다 가볍게 생각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계속 이틀에 한 번 검사를 받는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누군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헌신하는지 깨닫게 되는 시절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땅히 감사하는 것도 올해의 다짐 중 하나이다.



단상들 11. 통계 유감


2011년 7월 인하대학교 발명 동아리 '아이디어 뱅크' 회원들은 여름 방학 중에 춘천 상천초등학교로 발명캠프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비가 유난히 많이 오던 여름밤이었다. 7월 27일 0시 5분, 이들이 자고 있던 민박집이 산사태로 묻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투숙객 포함 13명 사망, 20여 명 부상을 당한 최악의 산사태였다. 이런 사고들이 꽤 많았다. 유독 이 사건이 나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인 이유는 단 한 명의 이름 때문이다.

故 최*규 (21·생명화학공학부 10)

교회 대학부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학번이 10학번이었고, *규는 내 대학부 생활 마지막 새내기 조원이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웃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군대에서 복무 중일 때 매일 사단장님에게 올라오는 '전군 사건사고 소식'을 보며, 처음엔 우울증에 걸릴 거 같았다. 어떻게 거의 매일 군에서 사람이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다칠 수 있는 것인지, 왜 이런 이야기는 뉴스에 안 나오는 것인지(주된 임무 중 하나는 손님들 틈에 위장해서 오는기자를 막는 것이기도 했다) 괴리감 때문에 고생했지만, 통계에 무서울 정도로 빨리 익숙해졌다. '아, 오늘은 사망 1, 부상 5가 발생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뎌졌다. 2011년 7월 27일 이후 사건사고에 대한 통계를 볼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불편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절 매일 코로나 관련 통계와 정부의 반응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사망자는 하루 새 429명 발생했고,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159명입니다.'

오늘 아침 KBS 기사 내용이다.

'방역당국 "예측한 범위, 감당 가능"...거리두기 완화 가능성 높아'...사망, 위중증 환자 급증할 우려도... 이재갑 "의료체계 붕괴 직전"'

어제저녁 노컷뉴스 메인 기사 내용이다.

일부러 현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에서 가져왔다.

종합해 보면, 정부는 하루에 4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을 예측했고, 여전히 감당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누가, 무슨 권리로, 한 사람의 생명을, 감당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보상금으로 감당할 수 있나?

우리는 큰 건물이나 배가 가라앉는 걸 보면 세상의 모든 걸 잃은 기분이 들 것이다(나도 그렇다). 그러나 하루에 429명의 통계 앞에서는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감기' 취급하기도 한다. 세월호 사망자 304명 앞에 온 국민이 통곡했다면, 오늘 사망자 429명 앞에서 우리는 통곡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통계는 언제나 유감스럽다. 단지 한 사람의 생이 '1'로 환산되는 것이니, 유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늘 이 통계를 보며, 코로나가 '감기'라고 생각하는 부모님께 '제발 나라에 속지 말고, 조심해 주세요. 감당 못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라는 연락을 드렸다. 가족을 맡긴 상황에서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일이 없는데, 이런 연락을 드렸다.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그러나 나처럼 수많은 숫자들이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닌 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오늘 하루, 나의 나라, 나의 고향을 위해 마음이 동 날 때까지 슬퍼할 것이다. 429명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영혼들을 위해.

무능, 무관심, 무책임. 지난 5년 동안 지켜본 것이고,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앞으로 5년도 걱정되는 일이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잊지 않고 애도하는 것이다.' 곧 3월 26일이고, 4월 16일도 다가오는 중이다. 이 외에 잊지 말아야 할 날이 많지만, '7월 27일'까지 3일은 잊지 않고 있다.

"그래. 그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러니까 인아. 거기 사람들이 있지. 사람들이 있을 거 아냐. 그 사람들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가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기도를 하라고 해. 그리고 그다음 잔은 내 친구를 위해 들고. 다 기도를 하라고 해. 그리고 추락한 전투기 이야기도 하란 말이야. 명복도 빌고. 내 친구니까. 해야 해. 그건 제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알았지? 다 하면 내가 다시 전화할게."

_남궁인,『제법 안온한 날들』(문학동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필살의 존재인 인간이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13일 기준 603만 9440명이다. 정말 통계 유감이다.

부디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과 가족들이 무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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